"참새가 방아간을 그저 지나랴"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샬레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서양미술 특별전시회가 열린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비엔나의 한 카페가 바로 화요모임의 시발점이라도 된 곳일까? 인상주의 상징주의 미술가 크림트를 비릇한 분리파 예술인 6명이 매주 그곳에 모여 모더니즘을 주창하고 문화예술 발전을 의논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우리도 동료들끼리 매주 화요일 마다 맛점을 한 후, 빠짐없이 요즘식 아름다운 한 카페에 모여 일상에서 일어나는 주변 생활상과 관심사에 대해 두루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국립박물관 바로 앞 호수변 정자와 처한 위치를 바라보면서 오늘의 현실과 과거를 교차해 잠시 사색에 잠겨본다. 과거 경포대 호수변 주막에 사대부들이 밤마다 모여 인생을 논하다가 하늘에 떠있는 다섯개 달을 쳐다 보면서 술잔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는 바다와 호수에 비친 달, 술잔에 비친 달, 친구의 눈에 비친 달 이렇게 유추해서 떠올려 본다. 정철의 관동별곡(關東別曲)에서도 경포대를 관동팔경 중 으뜸이라 했으며, 경포대에 저녁이 되어 달빛이 쏟아지면 그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동해안 최고의 달맞이 명소이기도 하다.
'호수 위 달 그림자' 요즘 시중에 희자되고 있는 말이다.
무엇이든 의도하든 아니든 시의적절(時宜適切)해야지. 뜬금없는 얘기로 비추어지기라도 하면 어쩌자는 말인가? 이처럼 세상의 주목을 받아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여 버린 채 어이없는 미묘한 현실이 되어버린 듯해 안타깝다. 모두가 한번쯤 그 메시지에 담긴 의미를 헤아려 보려 했을 것이다. '허상(虛像 virtual image)’과 ‘비현실'이라는 뜻을 담고, 달은 하늘에 떠 있는 실제 대상이지만, 호수 위에 비친 달의 모습은 실재(實在)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물에 반사된 허상일 뿐이다.
현실이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 비추어진 채 느닷없이 실체도 분명하지 않은 '달 그림자'를 쫒아가기 보단, 옛 선비들이 그랬듯이 다같이 사색에 잠기다가 술 잔에 의해 투영된 다섯 개의 달을 쳐다보면서 떠오른 명분이나 실리를 취했더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진한 아쉬움으로 묻어난다. 그들은 서로 반가운 벗으로 만나 삶의 애환과 관심사를 험심탄회(虛心坦懷)하게 논하면서 여유롭게 낭만에 젖어들었을테지. 하지만 요즘 현실이 왜 이렇게 의아스러운지? 지인들과 함께 해도 그렇고 이렇게 투영되는 걸 어떻게 하겠나?
허상을 쫒기보다 현실을 온전한 방향으로 추구해 가야지. 클림트가 전성기 때 황금빛으로 그림을 그려 자신만의 독특한 미술세계를 구축해 갔듯이.... 그 아름다운 빛 만큼이나 우리 마음속 내면을 그 호수에 비추어진 빛으로 채워지길 바랄 뿐이다. 과거의 주막은 모두 사라졌지만 대신 요즘식 카페에서 차 한잔에 숨어있는 또 다른 달을 찾아 보려고 한다. "여러분은 찻잔 속 그 다섯 번째 달을 보았는지?" 오렌지 향에다, 우아한 초콜릿 진득하면서도 달콤한 산미가 균형 있는 블러드 오렌지 같은 향미와 함께 캐슈넛과 같은 견과류의 맛과 깔끔하고 우아함으로, 역시 커피는 따뜻하게 마셔야 하는 듯... 느낌으로 와 닿기도 한다.
"동해안은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야. 그곳에는 다섯 개의 달이 있어 참 좋았지. 그렇다면 나머지 달 하나는 뭘로 했으면 더 좋을까?" 엉뚱하게도 이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그래도 님들의 눈이 그 찻잔 속 달빛에 반짝반짝 빛날 때도 있긴 한 모양이다. 그 달! 이게 바로 요즘 사람들의 우정이요 우리네 소박한 정서일테지. 어쩌면 '호수 위 달 그림자' 빈말 처럼 들리는 허상이 아니라 우리끼리 카페를 들릴 때마다 온전한 현실이 더 마음에 와 닿지 않을까? 클림트의 아름다운 황금빛 만큼이라면 더 좋겠지.
"참새가 방아간을 그저 지나랴" 서양미술 전시회, 호수나 오션 뷰 정자나 전망대, 아름다운 카페를 찾아다니거나, 그리고 화요모임을 하면서.... 그래도 우리끼리 낭만이 깃들어 있는 여유로움으로 대신한다면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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