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속도가 나이에 비례한다'는 말이 살아가면서 또 한해를 보내려는 이 시점에 새삼스럽게도 가슴에 와 닿는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산다는 것, 우리가 해야 할 기본 자세이지 다짐해 본다. 세상살이의 위세는 노력한 만큼 더 가질 수 있다고 하니 그 세류에 편승해 보고자 한다.
젊은 시절에는 그렇게도 느릿느릿 가던 시간들이 이제는 거침없이 스쳐지나 가니 시간을 통째로 움켜쥐고 싶지만, 그 시절의 꿈과 포부의 꼬리 자락이라도 붙잡고 산다면 덜 그럴테지만 이제는 그 강물에서 혹여 빈 낚시질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해거름 쯤 뒤 돌아보면서 생각하곤 하는데, 언제나 그렇듯 앞으로도 하루하루를 뒤돌아 보면서 모자라는 부분이 무엇인지 되짚어 볼 테지.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완벽할 수는 없겠지 뭐 이 정도면 괜찮을 거야 "
이렇게 위안을 삼으면서도, "보통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이렇게 사는 게 인생이야" 넋두리로 중얼거리면서 하루를 보낸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쌓여 일주일이 되고 또 쌓이면, 달이 차고 차 어느새 한 해의 끝자락에 서게 된다.
올 한해를 생각해 보건데 여러 사람들과 관계속에서 다양하게 만나 보았다. 여기서 성격이나 취향이 서로 달라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어울릴 수도 있겠으나, 범위를 좀더 넓혀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여러 사람들과 가깝게 어울린다는 것은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엇비슷해야 그 틀안에서나 가능한 일인 듯하다. 이 사람은 이래서 좋고 저 사람은 저래서 좋고... 그런데 이게 잘 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은 유유상종이란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가 보다.
상실의 아픔 중에 가까운 사람을 잃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고 슬프다고 한다. 사람들과 주고 받았던 말이나 생각들, 그 사람과 같이 했던 장소, 같이 나누었던 취미나 문화활동... 그래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일 관계로, 취미나 종교 활동으로, 행사나 이벤트로, 모임으로, 또 다른 인연으로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이다. 특히 어떤 특정 장소에만 가면 꼭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 장소와 사람이 연결되는 만큼의 임팩트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 곳에서 쌓은 추억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한 해중에 꼭 하고 싶은 것을 하나라도 이루며 살 수 있다면 괜찮은 삶이라 한다지. 어짜피 원하는 것 모두 이루며 살 수는 없을 테니까. 늘 간절히 원하고 노력하는 일상이 우리네 평범한 삶의 모습일 터이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 하던 어느 시인의 마음도 그랬을 테지. 자연은 언제나 늘 그랬듯이 그곳에 의연하게 있지만, 인간은 삶의 희노애락과 함께 만나고 헤어지고,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리워하는 과정을 거친다. 어째튼, 한 해라는 연륜을 우리 생애로 또 쌓이고 있다.
올해가 임인년(壬寅年)이라는데, ‘범 내려온다.’ 이 노래를 그와 연계 음미해 보고자 한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판소리계 소설 수궁가에서 짐승들이 서로 자랑하는 내용 중 호랑이는 자기를 부르는 줄 알고 숲속 골짜기에서 나오는 대목을 재해석해서 나온 판소리이다.
새해, 어흥! 검은 호랑이 내려온다. 호랑이는 선뜻 무섭기는 하지만 예로부터 힘이 넘치고, 속임수와는 거리가 멀어 정직하게 살아간다고 한다. 또한 이런 사람은 지혜 용맹의 상징으로 솔직하고 낙천적이며 명예욕이 강해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의 일을 해 낼 때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또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구나! 나와 인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임인년의 이러한 기운을 모두 받아들여 소원 성취를 바라고 늘 평안이 함께 하기를 기원해 본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길~
2022. 새해아침 권영수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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