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 수필/삶

글쟁이 흉내내기 부터 시작

by 眞草 권영수 2021. 7. 9.

왕초보가 글을 다 쓰다니!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글쟁이 흉내라도 낼 수밖에, 글쓰기에서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글의 품위가 떨어지고, 내용에 알맹이가 없다면 그냥 외면받기 쉽다. 이것만 잘 지키면 나도 글 잘 쓸 수 있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어려서 부터 글 잘 쓰는 사람을 보면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또 기회가 되면 글을 써보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남의 글 읽기에 맛 들이기도 하고, 언젠가 부터 어설프게나마 글쟁이 흉내내기 부터 시작한다. 지금에 와서 보면 보잘것 없는 글도 있었지만 이로인해 정신세계는 풍요로워지는 듯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 읊는다."는 속담 처럼 여러가지로 부족했던 나 자신을 책읽기와 글쓰기로 채우며 그나마 이 정도라도 정서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고 본다.

 

여러 형태의 글을 정성을 다해 쓴적도 있었는데 주변 반응이 좋았던 적도 있었다. 처음이지만 이게 웬 일이지? 이런 글에 반응이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그리고 끙끙대며 써도 잘 안되던 글이 어느새 엇비슷하게 써지는 것도 있었다. 지역 일간지나 대학신문, 또는 기관지에 글을 기고한 적도 있었지만, 글을 써온지 몇년이 지나 드디어 내 이름을 걸고 수필집을 첫 출간하니 주변에서 의외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마치 대단한 글쟁이라도 된 듯 착각속으로 스스로 빠져드는 듯했다.


대학졸업 후 첫 직장으로 당시에 잘나가던 한 대기업 연구소에 입사했다. 업무처리를 위해 공식문서를 처음 기안해서 윗분에게 결재를 받으로 갔다. 그 문서를 나름대로 그럴사하게 적었다고 생각했는 데, 상사로 부터 여러군데 지적을 받았고 정확히 말해 혼줄이 난셈이다. 학교다닐 때나 과거에도 문서 작성이나 창작을 제대로 배운 적도 해본 적도 없었는데, 이공계 출신이기에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나로서는 몹시 당황스러웠고, 오히러 정신이 바짝 들어 다음부터는 제대로 써야겠다는 각오를 했다.

 

이제와서 보면 첫직장 첫문서 작성에서 임팩트가 너무나 강했고, 이로 인해 글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으로서 전환점이 되기도 해 글쓰기를 스스로 바로 세웠던 것 같다. 속된 말로 무식이 용감해서 그냥 써보기로는 절대 납득이 안되고 글을 써보고 싶었던 마음을 제대로 다잡았던 기회이다.

 

공문으로 계획서나 보고서도 그렇고 수필이나 SNS 게시글에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SNS 채팅이나 댓글 등 사소한 글일지라도 맞춤법, 띄워쓰기, 부호(점, 콤마, 따옴표, 느낌표, 물음표) 등 기본은 정확하게 사용하는 게 좋다. 특히 인터넷 SNS유통 글을 보면 상당수가 이를 잘 지키지 않아 글이 갖는 품격이 떨어질 수 있고 내용에 알맹이가 없어 대부분 외면 받는 게 사실이고 어찌보면 공해 수준일 수 있다. 상황에 맞는 단어선정, 말의 강약 조절, 어순과 논리, 문장의 간결함과 복합성을 분별해서 써야하고, 남들이 쓴 글도 열심히 살펴보면서 이렇게 글쓰기의 형식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어찌보면 글쓰기는 작문을 통해 쓰는 사람 마음대로 논리를 펼 수 있고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이를 통해 영감을 얻어 스스로 허공을 훨훨 날기도 하고 그런 글을 통해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어찌보면 스스로 도취가 된듯 그런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마음 어디 한구석에 문학을 좋아하고 글을 써보고 싶어한다. 과학문명이 발전한 요즘에 와서도 삶의 풍요를 위해 새삼 인문학이 주목받고 정서적으로 더 채우고 싶어하는가 보다.

 

글은 기본적으로 인생이나 자연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담아낼 수 있다. 삶에 대한 달관과 서정의 감미로움이 드러나기도 하고, 또한 숨겨진 감성이 섬광처럼 번득이기도 해 매력적이다. 그냥 단순한 사실을 나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묘미가 있다. 인생이나 사회 역사 자연 등 모든 것에 대해 느낀 것과 생각한 것은 다 자유자재로 서술할 수 있지만, 글쓴이의 통찰력과 달관에 의해서 선택되어야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이에 더해 해학과 기지를 내재시킨다면 당연히 금상첨화이겠지.


제목은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매우 중요해서 가능하면 한눈에 들어오도록 선정할 필요가 있다. 강의실에서 첫강의 첫시간 서두에 수강생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아야 그 시간내내 강의를 쉽게 이어 갈 수 있다. 이처럼 첫인상이 중요하듯 도입단계도 가능한 강한 임팩트를 주어 눈길을 끌도록 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끝까지 읽을거리가 있구나 해서 이탈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구어체와 문어체 즉 말하기와 글쓰기는 완전히 달라서 선뜩 글을 쓴다는 게 왠지 어려워 멀어만 보인다. 마음내키지 안는다면 남이 쓴 글을 보고 모방해서 그대로 써본다. 자연과학에서도 모방기술이 있어야 업데이트시켜 다음 버젼이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듯이, 문예창작 활동도 처음에는 따라해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글쓰기 요령이 생기고 남들과 비슷하게 글을 쓸 수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해야 진화하고 발전할 것이다.


'글을 잘 써야겠다. 좋은 글을 써야한다.' 이런 강박관념에 너무 사로 잡힐 필요는 없고, 글은 막힘없이 물 흐르듯 매끄럽게 써내려 가야하고 기본적으로 문어체다워야 한다. 간단명료하게 쓸것인지, 아니면 서술형으로 길게 늘려 쓸 것인지는 사안에 따라 다르고 글쓰는이가 잘 판단해야 한다. 또 기고나 수필을 쓰든 단순한 글이라 할지라도 장르에 맞게 단어 선정이 중요하고, 반복이나 중복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기본적인 사소한 것들을 지키지 않거나 전체적으로 균형감과 논리가 부족하면 글의 품위가 떨어지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원고 청탁이나 제목이 정해져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창작 글을 쓰고자 할 때 소재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뜻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출발자체가 머뭇거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소재찾기는 고상하고 이상적인 것 멀리 있는 데서 찾지말고 가능한 가까운데서 찾는게 좋다. 이벤트 행사 여행 취미활동 등 계기를 소재로 생각해 본다. 자신과 관계되더라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글을 일반화시켜 쓰는 것이 좋다. 어떤 분에게 감사를 전할 일이 있는 경우 말보다 에세이에 가까운 편지형식으로 써서 전달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받는 입장에서 그 정성에 매우 고맙게 여기고 또 글의 위력을 느끼게 된다.


본문에서 스토리에 따라 키워드 중심으로 단어를 나열하고 살 붙이기식으로 가면 좋은 문장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입 전개 반전 결말의 논리를 그리고 임팩트로 강조나 비유 그리고 인용 글을 적절한 부분에 넣는다면 더 좋은 문장으로 갖추어진다. 조각가가 조형물을 만들거나 작곡가가 음악 한곡을 마무리하기 까지 뒷손질로 갈고닦는 것 처럼, 마무리 단계에서 조사를 잘 사용해서 문장을 매끄럽게 연결시키고 단어순서도 좀 바꾸어 문맥을 간결하게 다듬어 본다. 처음에 어설프게 구성된 글도 이렇게 다듬고 다듬어 일단락 정되면 하나의 글이 탄생하게 된다.


글쓰기가 계속 이어지게 되면 어느 정도 숙달이 되고 이에 대한 부담도 감해진다. 글솜씨가 작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설령 좋은 글이 아닐지라도, 어느 순간부터는 소일거리로 자리잡고, 글쓰기 창작활동이 곧 취미가 되기도 한다. 이제는 어떤 사안에 대해 글로 써서 정리하고 남긴다는 것은 한가지 일을 매듭을 짓는다는 그런 기분이 들어온다. 아울러 내면의 세계에 정서적 풍요를 가져다 주기도 하고 세상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 소통경로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