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아이가 밖에 나가 다쳐서 집에 들어 오면 어머니는 얼른 자신의 품에 껴안아 "어디 한번 보자 더 다친데는 없냐고 얼마나 아플까" 하면서 그곳을 잘 캐어해 주고 어루 만져준다. 반면에 대부분 아버지들은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래! 그러면서 크는 거야" 똑같은 상황을 두고 반응이 너무 다르다. 이를 보고 자란 아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아버지이기 전에 남자들은 원래 다 그런 듯하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들은 점점 성장하면서 아버지를 닮아간다고 한다. 어머니의 세심하고 따스한 손길과 달리, 아버지는 너무 엄하고 딱딱하기도 해 불친절했던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난 절대로 아빠처럼 되지 말아야지"라고 하는 걸 여러 번 보았다. 그러나 나중에 보면 이는 허술한 다짐이었고, 좋든 싫어하든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 있다고들 한다.
모든 걸 들어내기 보다 말없이 자녀들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아버지, 간간히 그 의중을 다가가 묻고 싶어하기도 하고, 아버지처럼 똑같이 아들에게 대하고 철이 들수록 닮고 싶어 하는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 아버지의 위치와 역할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될 일이며 자녀들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아버지는 직간접적으로 또는 알게 모르게 성장과정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토마스 울프(Thomas Wolfe) 같은 위대한 작가도 자신의 회고에서 다음과 같은 글이 있어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생명을 깊이 탐구해 들어가면, 결국 인간들은 자기의 아버지를 탐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다. 육신을 준 아버지 혹은 어렸을 때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 정도가 아니라 '나에게 남겨진 아버지의 이미지'를 우리는 탐색하고 있다. 아버지의 힘과 지혜와 사랑과 사상과 신앙 등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뿌리가 되었다."
아버지는 다 그래? 우리보다 미리 앞서 인생을 살아가는 분이다. 그렇다고 아버지라고 해서 모든 것을 옳게 판단하거나 처리하지는 못할 것이다. 인생길은 늘 초보라 낯설고 어색하기 마련이다. 세상을 미리 사셨기에 삶의 현장에서 먼저 아파보았고, 실패도 해 슬퍼하고 경우에 따라 웃어도 보았기에 삶의 행로 마다 굴곡을 다 겪어보신 그냥 아버지로 영원히 남아 있는 분이다. 그래서 살아가는 지혜로 꼭 필요한 조언자일 것이다.
'나는 과연 좋은 아버지인가?' 이 질문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지 못하고 시원한 답을 쪽집게 처럼 콕 집어낼 수는 없겠지만, 아버지는 항상 한 가정의 울타리가 되어, 자녀들에게 정서적으로 정신적 기초가 되어 주어야 한다. 자녀들의 인생에서 첫번째 선생님으로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하거나, 바람직한 진로에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해 주도록 늘 노력하는 것이 좋다.
‘아버지의 무관심’이 강한 아들을 만든다.? 가정교육에서도 보다 세심하고 다정한 어머니가 있어야 하고 아버지는 자녀에 대해 약간의 의도된 무관심이 오히러 자녀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간혹 듣곤 한다. 자녀의 실수에 대해 자리를 피해 수치로 헤아리지 말고 발전의 계기로 삼아 자녀들과 좋은 시간을 마련해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자신을 올바른 구성원으로 아버지와 남편이 되도록 빈 자리를 채워주어야할 것이다.
“아버지는 누구인가?”라고 구전으로 회자되고 누구나 많이 읽은 시를 인용해 보면서, 어머니의 그늘에 늘 가려져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아버지는 다 그런가' '나는 과연 좋은 아버지인가?' 질문을 던지고 반성도 해보고 싶다.
아버지는 누구인가?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기가 기대한 만큼 아들, 딸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다. 그래서 잘 깨지기도 하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식을 결혼시킬 때 한없이 울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나타내는 사람이다. 아들, 딸이 밤늦게 돌아올 때에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본다.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게 그럴 듯한 교훈을 하면서도, 실제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는 미안하게 생각도 하고 남 모르는 콤플렉스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이중적인 태도를 곧잘 취한다. 그 이유는 '아들, 딸들이 나를 닮아 주었으면'하고 생각하면서도, '나를 닮지 않아 주었으면'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과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러져서 그 마음을 쉽게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웃음은 어머니의 웃음의 두 배쯤 농도가 진하다. 울음은 열 배쯤 될 것이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어른인 체를 해야 하지만, 친한 친구나 맘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년이 된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안 하지만, 혼자 차를 운전하면서는 큰소리로 기도도 하고 주문을 외기도 하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가슴은 봄과 여름을 왔다 갔다 하지만, 아버지의 가슴은 가을과 겨울을 오고간다. 아버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 큰 이름이다.
"나는 좋은 아버지인가?" 각 항목마다 10점 만점으로 채점, 합계해서
80점 이상 훌륭한 아버지,
70점 그나마 괜찮은 아버지,
60점 좀 반성해야 할 아버지
50점 많이 반성해야 할 아버지
그 이하, 아버지로서 무책임.
1) 자녀들에게 행동과 말의 좋은 본을 보이는가?
2) 매일 30분 이상 자녀들의 활동에 참여하거나, 함께 놀거나, 대화하는가?
3) 자녀들에게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가 더 중요함을 가르치는가?
4) 자녀들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하며, 사랑을 받는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가?
5) 자녀들에게 '옳다'와 '그르다' 를 정확히 구분해서 말해 주는가?
6) 자녀들이 지역사회의 협동에 적극적으로 참가를 권장하는가?
7) 자녀들이 집안 일을 분담해 책임있는 가족이 되도록 하는가?
8) 자녀들의 친구, 학교생활, 취미활동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가?
9) 자녀들에게 신임을 받고 있다고 확신하는가?
10) 자녀들의 걱정과 고민을 늘 파악하고, 이 문제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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