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공간에 응집하려는 일본의 공간미학(空簡 美學)
흔히 말하기를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면서도 먼나라고 한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같은 듯 다른 듯 옛부터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 받아왔다. 그래서 고유문화 속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많기도 하고, 전혀 다른 모습도 발견된다.
일본의 공간미학은 일본인들의 생활 속에서 고스란히 잘 녹아들어 있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번에 후쿠오카, 벳푸, 유휴인 등 큐슈지방 여행에서도 가는 곳마다 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음식점 입구나 마당에 조약돌이나 자갈을 깔아놓고 사각형 블록을 박아 은은하게 비추어 주는 조명으로 분위기 연출하는 모습이나, 방 내부 출입문과 붙박이 장 그리고 그 사이에 장식대를 균형있게 배치해서 공간미학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 보면 일본식 미학이 숨겨져 있다.
음식에서도 눈으로 먹는다는 공간미학이 발견된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정한 손님만을 받아들여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담겨져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음식 종류에 따라 다채로운 접시나 서로 다른 그릇에 음식을 배치해 일본의 정서를 고스란히 재현해 놓고 있다. 이런 모습은 한국의 전통음식에서는 발견하기 힘들다.
도심지의 유명 라멘 음식점에는 우리로 말하자면 독서실과 같은 구조에 많은 사람들이 개별 혼밥으로 즐기느라 번잡하다. 서빙하는 종업원들의 동선, 식탁과 의자 그리고 테이블마다 세면대와 구조물 등으로 편의성을 고려한 공간 배치가 돋보인다.
한 평도 채 안되는 좁은 화장실에서도 일본식 공간 미학을 느낄 수 있다. 세면대와 변기 사이, 거기서 천장까지 앙증맞게 만들어 놓은 수납공간과 장식물은 화장실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 버린다. 좁은 공간에 밀집해 조화로운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미학적 접근에 매혹된다.
일본 정원에서 보면 자연에 가까운 경관을 조성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규모의 축소, 상징화, 경치의 차경(借景)이라는 세가지 원칙이다. 규모의 축소는 산과 강의 경관을 축소하여 재현한다. 상징화는 흰 모래가 바다를 상징하는 데 쓰이는 것과 같은 추상성이다. 차경이란 주변 자연 경관을 정원의 일부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미학은 자연 그대로 손대지 않으면서 그 속에서 자연과의 합의점을 찾으려는데 비해, 일본의 미학은 자연의 체계를 좀 비틀고 줄이고 상징화 해 한정된 공간 속에 응집하려 한다는 점이 다른 듯 했다.
일본은 섬나라로 좁은 땅에다 지진이 잦은 곳이라 건물의 안전성을 위해 공간을 넓게 할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외에도 좁은 도로, 협괘열차, 협소주택(고데쓰), 소형화 제품, 경차, 간소화 식단 등 좁은 공간에 응집하려는 일본다운 그들만의 공간미학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유추된다.
좁은 공간에서 과학적이면서 실용적인 면을 살리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스스로 기초질서를 잘 지키게 하고, 정교함과 손재주가 좋은 공간미학으로 발전하는 그 나라의 국민성을 점차 키웠으리라 본다.
이런 바탕에서 건축 기계 전기 전자 제품이나 공산품 등 여러 분야에서 과학기술이 발전하였고, 시장경제 자본주의에서 세계적 상용화 기술로 거듭 발전해 오늘날의 경제 대국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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