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서울로 나들이 할 때마다 그 도심은 언제나 보아도 여러 명산으로 둘러 싸인 '천혜의 요새' 땅으로 보인다. 손에 닿을 듯한 근교에 청계산 관악산 인왕산 북한산 도봉산 수락선 남한산성 등등 여러 산을 보며 출근을 하거나 생활하는 시민들은 참으로 축복 받는 그 자체이다. 근교에 이런 수려한 산들로 에워쌓여 있으면서도 도심지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는 한강이라는 큰강을 품은 모습은 세계 어느 유명도시를 가 보아도 보기드물다.
몇년전만 해도 고향사람들의 모임인 산우회나 가까운 친구들 몇몇과 함께 시간을 쪼개 이곳저곳으로 산행도 종종 하면서 자연과 긴 호흡도 겉이 했건만 요즘은 더 좋은 곳으로 가버리는지 먼나라 딴나라 얘기처럼 되어 버린지도 오래돼 그냥 그저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간혹 청계산과 대모산 사이 틈새를 똟고 우면산 곁을 지나 4대문 도성 안으로 들어가면 백악과 인왕이 항상 반가이 맞이해 주는 듯 그나마 다행으로 친밀감을 더해 준다. 어제 핀 꽃이 오늘의 꽃과 다르듯 언제나 보아도 멋지고 생동감 넘치는 아름다운 수도 서울의 면면들을 생생히 잘 보여주는 산들이다.
인 의 예 지를 갖추어야 인간으로서 신뢰할 수 있다는 유교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보신각을 4대문 중심 한 가운데 세워놓고 한양 도성을 오상(五常)에 기초해서 건립 하였던 것이다. 동대문은 인(仁)을 일으키는 문이라 해서 흥인지문(興仁之門)이고, 서대문은 의(義)를 두텁게 갈고 닦는 문이라고 돈의문(敦義門)이고, 남대문은 예(禮)를 숭상하는 문이라 해서 숭례문(崇禮門)이며, 북문은 지(智)를 넓히는 문이라는 뜻으로 홍지문(弘智門)이라 한다. 이 네 가지가 없는 사람은 "사(四)가지 없는 놈"이라 했고, 이것이 오늘날 "싸가지 없는 놈"으로 풍자 되었다고 한다.
서울은 한강이라는 크고 넓직한 천혜의 큰강을 품고 있지만 이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어찌보면 서울의 중심이라기보다 압도적인 강의 스케일 때문인지 몰라도 지형적으로도 그렇고 언제인가 부터 대부분 사람들에게 구도시와 신도시로 단순히 강북과 강남을 구분하는 그런 강으로 정서적 느낌을 주고 인식하고 있다.
파리의 세느강이나, 런던의 템즈강, 다른 외국의 도시 주변 강들은 도시의 중심부를 잔잔히 흐르며 시민들의 여유로운 휴식공간으로 힐링이나 한가로운 산책로 역할을 주로 한다. 반면에 한강변 둔치에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잘 조성되어 있는 일부 공간도 있지만, 이들과는 달리 위치도 그렇고 규모면에서도 완전히 다르다. 강폭이 너무 넓고 아파트 일색인 강 양변에 강북대로와 88올림픽대로 위를 많은 차들이 쌩쌩 달리니, 걸어서 가기에는 왠지 어려워 구조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늘 아쉽기만 하다.
산을 더 좋아하는 우리로서는 그래서 산으로 둘러싸인 옛 한양땅이 정감이 더 가고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겨울에 차가운 눈이 내리든 봄에 아름답고 싱그러운 꼿이 피어나든 조산(祖山)인 북한산의 웅장한 기운이 주산(主山)인 백악으로 향하며, 또 그 옆에 우백호인 인왕으로 전해지며 서울을 애워감싸고 든든하게 품어주는 듯하다.
주말마다 또는 주중에도 대중교통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타고 아웃도어 패션으로 근교 산을 찾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산을 직접 찾아가 그 훈훈한 기운을 마음껏 받아들여 자연과 함께 숨을 몰아치며 잔잔히 고르는 사람들도 많다. 이 터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시민들의 안녕과 홍복을 늘 함께하면서 수도서울 한양을 굳건히 지켜주기라도 하는 듯하다. 수려한 명산들로 에워 쌓여있으면서도 중심부에는 큰강이 흐르니 천혜의 요새라는 나름대로 가치를 지니게끔 한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라는 속담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교통 금융 서비스의 최고 중심지로 어찌보면 지형학적으로도 '천혜의 땅'에 더해 이러한 '기회의 땅'으로 되었으니 여러모로 축복받은 도시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철지난 한강의 모습에서 그 아름답던 주변 단풍잎은 다 어디로 갔는지 앙상하게 남아 넓은 강폭 만큼이나 휑해 보인다. 한양 나들이할 때마다 여러 관점에서 보면 그 축복과 함께 한편으로 아쉬움과 대도시의 번잡스러움이라는 두 얼굴로 공존하는게 사실이다.
'아름다운 서울' 글 / 여시주
아름다운 수도 서울, 그리고 기적의 한강
아름다운 아가씨가 많아 낭만이 있어 좋은 곳
화려한 빌딩 아래 속이고 속는 세상살이라지만
그 속에 먹고살 일이 많아 웃음이 있는 곳
침체한 경기 먹고 살기 어려운 요즘 살이라지만
다양한 사람이 모여 부데 기며 살아가는 곳
만나고 헤어지는 명랑한 인사도 있겠지만
사랑하다 이별하며 또 사랑을 찾아 헤매는 곳
떨어지고 밀려나 삶의 회의도 있겠지만
빌딩 숲 높은 줄 모르게 선의의 경쟁이 있는 곳
잘나고 못난 인격과 인품도 있겠지만
대박을 낳는 일은 남이 아닌 자기 하기 나름인 곳
태어난 곳은 각기 다른 가문이겠지만
모이면 지식과 감성이 살아 있어 숨을 쉬는 곳
영자는 철수 때문에 울고 철수는 주식 때문에 울며
상철이는 경기 불황으로 손임이 없어 서러워도
밤이면 서울 하늘에 반짝이는 불꽃 같은 삶
오죽하면 옛사람 이르길 말은 나면 제주로 가고
사람은 태어나 살아가려면 서울로 가라 하였던가?
그래서 그런 것인지! 젊은 날에 나의 청춘 이어!
제 사랑했던 첫사랑 애인도 서울색시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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