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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필/58회

오늘도 내일도 그대들을 기다린다네!

by 眞草 권영수 2024. 12. 15.

누구를, 무엇을 기다리는가? 주일에 교회를 갔더니 설교 제목이다. 이 시점에 구세주라도 나타나야 한다는 간절한 메시지로 들린다. 금년도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모두가 왠지? 분위기가 가라앉은 듯하다. 이 땅에서 오늘의 현실이 너무 참담해서랄까? 법을 전문으로 했거나 법률가라는 사람들, 이들 지도급 인사들이 질서를 무너뜨린 채 현실을 짓밟아 버리고 온통 불안과 걱정거리를 앞장서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법의 심판을 이미 받았거나 또 앞으로 받아야 하는 분들이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듯, 반성은 커녕 더 나부당 대고 날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현실이 더 야속하기만 하다. 이게 우리 현 주소란 말인가? 양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부끄러워도 못나설 판인데, 어찌 이런 사람들한테 희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뭘 기대하겠어? 이 대신 차라리 신앙에 기대거나, 그런 자들 대신 가족이나 우리 친구들이 있었으니 다행이다. 그나마 기댈 데가 있어서.... 그래서 이를 서로 확인했을테다.

 

누구를 기다리는가? 어린 시절을 함께 향유했던 바로 그 어린이들? 지난 주말 서울의 한 음식점 그 자리에서 만났던 분들끼리,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이 시점에 그들이 반갑게 '손에 손잡고' 만날 수 있었다. 그날따라 우리 사회의 그늘진 자화상에서 벗어나, 움크릴 필요없이 마음 활짝열어 놓고 우리끼리 만났으니... 모처럼 티 하나 없이 맑고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자리이었다. 그토록 기다린 만큼이나 서로에게 찐 팬이자 짠한 친구들이니까? 그래서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 교감했는지? 오롯이 오감으로 그 느낌으로 와 닿는다.

언제나 기다려온 그리운 친구들! 명 미리 만나 예술의 전당 뒷편 우면산 자락 들레길 2~3km를 2시간 정도 걸으면서 그간 못다한 소소한 얘기도 도란도란 나누었다. 부담도 전혀 없다. 걷다가 힘들면 쉬어가면 되는 것이지 뭐가 바쁘다고... 양지바른 길가에 앉아 한 친구가 따스한 드립커피를 손수 내려 마음을 담아 준비한다. 차가운 겨울이라도 커피 한잔에 온기가 가슴속 깊이 온전히 스며든다. 산기슭에서 수도 서울을 내려다 보면서 마시는 이 커피 한잔의 맛! 그 향기를 누가 알기라도 한걸끼?

세계 3대 커피는 예멘 모카커피, 하와이 코나커피,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로 이중 귀한 모카커피를 준비해 왔다고 한다. 이 모두가 희소성으로 고귀하다고 하는 커피이다. 이 못지않게 귀하고 귀하다고 하는, 여태껏 만났던 그 사람들! 바로 반가운 벗들이 아니던가? 그대들은 그날도 역시나 그윽한 그런 향기를 내어 주었다네, 또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 주었지. 그러니 언제나 찐 친구들이잖은가?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님을 기다리듯 언제나 그대들을 기다리는 마음이려니....

 

이렇듯 우리들의 시간은 흔적을 남긴다. 지금이 아닌 어제의 사연을 담는다. 비록 낡고 색바랜 모습일지라도 흐릿한 기억이 좋을 때도 있다. 이렇게 소소한 사연을 추억으로 내재한 모습이 더 좋다. 이런 저런 부딪침에 빛바랜 모습에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쌓여 은근히 마음이 더 가는 모양새이다. 어제를 간직하고 싶은 것은 아닐지? 간혹 지나간 사연에 더 미련을 갖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또 추억 하나를 더 만들어 가는 셈이지. 우리네 세상사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어제 걸었던 발걸음을 이제는 뒤로 하고자 한다.


그렇게 만났던 친구들 이들 면면을 보라! 영대 정숙 오명 분남 원현 승하 오성 영활 태경 승도 명석 현숙 태선 재광 재연 종관 연해 용식 귀분 영수 이렇게 20명이 모였다고 한다. 누구를 기다리는가? 그대들을... 모처럼 활짝 웃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