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로 갈까요. 명동으로 갈까요. 차라리 청량리로 떠날까요.' 80년대 중반 히트친 '나침반' 노래가사에서 나오는 한 구절로 이렇듯 우리가 살면서 순간순간 이와 유사한 선택의 기로에 놓일지도 모른다. 과거 어느 TV광고에서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말처럼 결심에 따라 미래는 각기 달라질 수도 있다. 빡세게 열공할 것인지? 열심히 일을 할 것인지? 그냥 먹고 놀기라도 할 것인지? 시대흐름을 쫓아 유행에 따를 것인지? 여행 운동 취미활동이나 문화생활을 통해 추억거리를 하나라도 더 쌓을 것인지? 결국 어느 하나하나가 선택지이기도 하다.
인도로 갈까? 차도로 갈까? 이번 기회에 여행지로 어느 지인에게 '인도로 갈까' 그랬더니, 그분들은 이에 대응 '차도로 갈까'라고 농삼아 던지며 동남아시아로 떠날거라고 한다. 순간 그 유행가사가 얼핏 떠올랐다. 14억 인구와 더 넓은 광활한 땅, 세계 4대 문명발상지로 잘 알려진 인도문명, 가볍게 가기에는 힘든 곳이라 인도를 선택해 설레임 반 호기심 반으로 가보기로 했다. 도시거리 모습이나 교통질서가 인도 차도 구분없이 얼핏 동남아시아쪽 나라들 보다 더 난무한 모습이 펼쳐진다. 세계적 건축물 타지마할을 비릇 훌륭한 문화유산과 함께 두 얼굴의 모습을 지닌 듯하다.
개나 소나 사람이나 함께 공존하는 도시라고 편하게 말하고 싶지만, 우리 시각으로는 도저히 이해 불가한 장면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동물을 신으로 받들어 모신다는 힌두교 사상에서 비릇해 신성시하는 문화이다. 도로위에서 차량물결에다 개나 소나 다같이 자전거 오토바이 럭씨(오토바이 차) 사람들로 뒤엉킨 모습들이 그네들의 일상이고 문화이기도 해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인도로 갈까? 차도로 갈까? 또다른 각도의 질문에 동물이나 사람이 함께 인도로 차도로 모두 다닐 수 있으니 말이다.
외국인 관광객들 대부분이 세계적인 불가사의 건축물로 잘 알려진 타지마할을 보기위해 인도를 여행지로 선택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방문한 김에 인도문화가 가장 잘 나타나 있고 힌두교식 전통도시로 바르나시를 덤으로 대부분 가봐야 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갠지스 강변을 생활의 터전으로 삼아 여태껏 이어온 도시로 그 강물을 성수로 여기면서 일상 생활을 한다. 사후 화장을 해서는 그 강물에 재를 뿌리고 또 매일 목욕을 하는 모습이며, 심지어 그 물을 마시기도 하고 통에 담아가 성수로 활용한다고 한다.
강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매일 힌두교 의식이 열리고, 살다가 생명이 다할쯤 이쪽으로 와 사후를 맞이 하는 게 제일 좋은 생의 마무리로 여긴다고 한다. 이곳 저곳에서 밥도 얻어먹고 담요 하나에 노숙자 신세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로 보이는 수행자들이 곳곳에 많이 보였다. 현대적 시각으로 이런 모습들을 보았을 때 좀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그냥 정글속 원주민으로 남아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과연 잘못인지? 세상으로 노출되어있기 때문에 요즘 생각이나 가치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딘가 개운하지 않다.
언뜻 미개인으로 비춰지는게 억지논리는 아닐런지? 이런 모습 자체가 현지인들의 일상이자 전통방식으로 내려온 순수 삶이기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찌보면 여러 잣대로 따질 필요도 없어 보인다. 한편으로 그 나라 사람들 중 일부는 이런 삶의 모습을 언제까지 전통문화로 여기고 외부인들에게 노출되어야 하는지? 고민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 본다. 외부인 우리들에게는 특이한 문화로 임팩트가 있는 일종의 볼거리이자 관광거리이었다.
14~17세기 건축물에서 보여준 세계적인 건축술이나 조각술을 보아도 그렇고, 넒고 광활한 땅과 물적 인적 자원이나 과거 역사 등 우리와 비교했을 때 훨쒼 유리한 여건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도시인프라와 사회상이나 살림살이는 40년 이상 뒤처진 현실로 보여진다. 그 당시 여러 이유는 있었겠지만 그러한 자신들의 막강한 역량으로 화려한 왕궁을 지었고, 찬란했던 과거와 낙후된 현재 두 얼굴 모습에서 혹시나 선택지가 잘못된 지향점은 아니었는지? 선택과 집중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드러낸 현장으로 잘 보여주었다.
과거 인도를 통일시대로 활짝 연 무술왕국이 국토의 중심지에 화려한 타지마할과 아그라성을 세우고, 이슬람과 힌두교 혼합문화속에서 풍부한 물적 인적 자원을 동원해 백성들의 피와 땀의 대가로 만들어진 찬란한 문화유산들이 요즘에 와서 아이러니하게도 외부인들을 끌어모을 정도로 참으로 우수했다. 또 타지마할 건립에 대한 뮤지컬 한편을 보았는데 끝난 후 배우자가 늦게 나오자 그 주인공이 그랬듯이 "오 나의 사랑! 빨리 따라 오시오" 대사를 넉살로 차용했더니 일행 여성들이 웃어 한바탕 빵! 터지기도 했다.
델리 악사르담 힌두교 사원은 2005년에 문을 열어 단순 예배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전시관, 음악 분수, 넓은 정원, 심지어 아이맥스 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까지 갖춘 거대한 테마파크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 규모에 놀라울 정도의 웅장한 건축물, 끊임없이 이어지는 화려한 조각물, 곳곳에 반영된 현대적 요소들이 눈길을 끌고 화려함과 사치스로움의 끝판왕이라 할 정도로 대단하다. 이태리의 미켈란젤로나 스페인의 구엘이 다시 살아나 이곳을 와본다면 어떻게 평가할지? 타지마할과 함께 인도의 랜드마크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영국식민지 시대를 거쳐 오늘날에 와서 과학기술과 산업화로 글로벌 기업활동이나 국민 GDP나 삶의 질면에서 우리와 너무 대비 되기도 했다. 외부 투자할 만한 나라로 중국 베트남 다음 규모의 경제로 인도를 향한다고 한다. 오늘날 서로의 현실을 비교할 수 있었던 현장으로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지이자 독특한 기회이었다.
인도여행 7박9일
델리: 에어시티 호텔, 힌두교사원, 악사르담사원, 간디박물관, 인디아게이트, 후마윤묘
바라나시: 사르나트 녹야원(석가모니 최초 설법지), 스리랑카 사원, 갠지스강 힌두교기도의식
카주라호: 애로틱사원 동쪽 서쪽 사원군, 브라흐마사원(흰두교사원) 오차르: 고성마을
아그라: 타지마할(무굴제국 5대왕 사자한이 세운 세계 불가사의 왕비 무덤), 아그라성, 타지마할 건립 뮤지컬
자이푸르: 핑크도시, 천문대 해시계 별자리, 바람의 궁전, 암베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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