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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과나/가족

세상에 예상하지 못한 일도

by 眞草 권영수 2023. 1. 15.

삶은 예기치 못한 일들의 연속인가?

 

세상에 살다 보면 예기치 않게 어려움이나 위기에 직면하는 일이 간혹 일어는가 보다. 직장에서나 사회에서도 오랜 시간 일하다 보면 위기에 직면하기도 하고 어려움이 찾아올 때가 있다. 매 마찬가지 친척이나 가족사에도 이런 일은 없어야 하는데 마음대로 안되는가 보다. 우리 역량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순식간에 일어나버리니 몹시 힘들어 하기도 하고 매우 혼란에 빠져든다.

 

이번에 일어난 갑작스런 변고도 그중 하나의 큰 사건이고, 주변에서는 숨죽이면서 지켜보기만 해도 마음이 무겁고 편치 못하다. 주변 사람들도 그런데, 가까이서 감내하는 당사자들이야 이루 말할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큰 처남이 한가운데 서서 무게 중심추 역할을 하기에 그나마 위안이기도 했다. 노심초사 지켜보고 계시는 안동 부모님을 대신하는 모습도 그렇고, 이런 상황에서도 걱정할까 봐 전화를 드렸다고 한다.  너희들이 고맙다.” 꺼꾸로 이 인사에 말문이 막혀 왜 부모님께서 자식에게 고마워해야 하지라고 가슴 쓰라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제는 부모를 대신해 우리 형제들이 감당해야할 당연한 몫이고, 마음 편히 계시라라고 간절히 말씀드렸다고 한다. 전화로 들리는 이 대화가 그때 상황을 단적으로 잘 대변해 주는 모습이었으리라 쉽게 추론된다.

 

우리는 해외일정 때문에 대구로 당장 달려가 어려움을 같이 하지 못하고 자리를 지키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그지 없었다. 귀국하던 날 아침 일찍 내려가기로 작정하고 있는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온다. 다름 아닌 큰 처남이다. 몹시 피곤할 텐데 오지 말고 편히 쉬라고 하신다. 순간적으로 그럴 수가 있겠나 생각이 들어온다. 마음이 편하지 못할뿐더러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게 뻔한데, 당연히 가서 마지막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대구 일정이 마무리 되는 대로 안동 유화사 49재 준비로 온다고 해서 방향을 바꿔 그쪽을 향해 달린다. 좀 더 일찍 도착해서 마음 추스르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오후 4시경 일행 모두 사찰로 들어오신다. 어르신들, 큰처남 형제들 부부와 자녀들, 친인척들, 그외 사람들의 모습이다. 모두 지치고 힘든 모습이며, 한편으로 슬프고 안타깝기도 하고 이런 묘한 분위기로 혼재 했지만, 손에 손잡고 반갑게 서로 맞이하고 인사를 나눈다.

 

49재 준비하는 의식에 그나마 함께 할 수가 있었다. 매년 안동에 갈 때마다 또 일이 있을 때마다 뵈었는데, 그 당시 밝고 훤한 얼굴 모습과 영정 사진을 서로 오버랩하면서 한참 그 사진을 바라보았다. 함께 했던 시간들을 회상해 보면서 애도 시간도 가져 보았다. 끝날 무렵 스님께서 성직자로서 남아 있는 배우자와 자녀들을 앉혀 놓고 당부하신다. “저 애들을 보더라도 주저앉으면 절대로 안되고 아버지 역할까지 다해야 한다고,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열심히 살아야 한다.” 는 말씀에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답한다. 모든 이들을 대신해서 전하고, 응답하는 듯해서 한편으로 마음 든든해 진다.

 

이번 일로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상부상조로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어야 하고,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로, 서로 배려하며 주변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는 유익한 기회이기도 했다. 집으로 늦게 들어와 잠들기 전 가족 단톡방에 오늘 일련의 과정과 느낀 점을 글로 써서 공유하면서, 잠시나마 함께 했던 과거 시간을 복귀해 보기도 했다.

 

 

김 o o 처남님!

왜 그리도 뭐가 급해 우리를 이렇게 남겨두고 일찍 가셨는지 묻고 싶소. 우리 마음이 너무 아프니 넋두리 삼아 따지듯 내뱉어 본다. 그래도, 님께서는 평소에 하고 싶어하는 일을 계속 하셨고, 특히 서양화가로 살면서 이 세상 좋은 모습을 의도대로 창작해 담아보려 했고, 또 여러 걸작을 남기시어 이 세상에 빛을 밝혀 화려한 꽃도 피우고 여러 사람들로 부터 칭송을 많이 받지 않았소. 그 결과로 여러가지 중요 수상도 하고 많은 업적도 남기셨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으로 베풀고 덕을 얼마나 많이 쌓으셨으면 일련의 과정에서나 당일 운영하던 화실과 미술협회 사무실을 들러 보는 과정에 당신을 존경하고 따르는 사람들로 넘쳐났다고 하더이다. 이런 점으로만 보아도 당신의 숭고한 뜻과 정신이 그분들 가슴에 깊이 각인 될 것이고 교훈으로 남아있겠지요. 평소 그런 모습에 가정에서도 매 마찬가지 자상한 배우자로 휼륭한 아버지로 본이 되고 귀감으로 살아 있을 것이요.

 

대구지역 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그 분야에서 두루 섭렵해, 특히 대구미술협회 회장에도 당선돼 그 역할과 수완을 발휘하셔서 그 사회는 물론, 미술계에 큰 거목으로 이름을 남겼으니 원한도 없을 것이요. 당신 참으로 멋진 사람이었고, 멋지게 한 세상 살았소이다. 이제 세상사의 모든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고 부디 마음 편히 영면하소서!

 

힘드신 가운데 먼 길을 달려와 고인을 추모하고 명복을 빌어주셔서 감사해요.

더구나 좋은 글을 통해 고인의 삶을 반추하고 명복을 빌어주니 고인도 감사하게 생각할 겁니다.
큰 일을 겪으면서 가족들의 존재가 한층 소중해지는 것도 느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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