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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필/일상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 존재감

by 眞草 권영수 2018. 7. 12.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 ! 존재의 가치

일침(一鍼)’은 원래 침 한방으로 질병을 치료한다는 말이다. 효능이 즉시 나타나 통증이 내리며 모든 질환에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요즘에는 모든 분야에서 따끔한 충고를 비유적으로 하는 말로도 통용되고 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국민적 관심사를 한군데 끌어 모았다. 우리 선수들이 16강에는 아쉽게 탈락했지만 세계 1위 독일을 혼신의 힘을 다해 꺽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선전하였다. 경기가 끝난 후 박지성이 작심하고 한국축구의 현실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또한 시간 끌기 등 비신사적인 행동을 보인 선수들에 대해 안정환 해설위원은 가차없이 일침을 가했다.

 

차범근 안정환 박지성은 현역시절에 적어도 한국축구를 대표하였고, 선수시절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이 있었던 해결사 역할을 했을 뿐더러 모든 국민들이 하나같이 좋아 했다. 아직도 영향력이 살아있고 확실한 존재감과 그 분야의 실력자로 귀 기울이고 인정한다.


나는 왜 결정적인 순간에 말문이 막히나?(유우키 유우 저)’ 에서는 판을 절대 깨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예의 바르게 대처해서 짜증나게 하는 동료, 비아냥으로 대하는 상사, 거만스러운 상대 등 강자와 불리한 상황에서도 한마디(한방)로 뒤집는 대화술을 제시해 주고 있다.

 

지인이 군의관으로 입대한지도 3개월 정도 지났다. 하지만 그동안 활동으로 소속부대 장병들의 감기, 몸살, 두통, 피부상처 등 간단한 질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라는 단순의료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충분히 발휘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장교들 사이에도 군의관으로서 역할이나 존재감이 분명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느 날 항해 중 수병 중에 한명이 소지한 약을 잘못 복용한 탓인지는 몰라도 몸에 심각한 이상증세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혈압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었고 그간 여러 정황으로 보아 그대로 방치해 두면 뇌사상태로 갈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부대장도 놀라고 모든 부대원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이 환자를 살려내야 하는 비상이 벌어졌다.

 

군의관이 한명뿐이라서 '끝까지 살려내야 한다'는 의료인의 정신으로 긴급치료와 목숨을 유지시켜야 한다. 바다 위 선상에서 의료제반 여건이 취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장교들이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 치료 방법과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다해서 환자의 생명을 간신히 구해낼 수 있었다고 한다. 긴급 치료와 조치를 다해 생명을 유지시키고, 가까운 배에 SOS를 넣어 필요한 약을 구해 오라고 지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까운 육지에 구급차 대기는 물론 병원까지 비상치료를 강구하라고 지시가 내려 졌다.

 

다행스럽게도 SOS로 도달한 임시 처방약을 진단한 대로 투여하고, 환자를 육지로 옮기게 되었고 무사히 치료해서 목숨을 간신히 구할 수 있었다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군입대하기전 의대생으로 임상실습은 물론 메이저 병원에서 인턴수련의 시절의 임상경험과 병원 응급실 또는 진료실에서 의사로서 여러 진료경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위급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이 환자를 다행스럽게도 살려낼 수 있었다.

 

이 상황을 모든 부대원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 후 모든 장교들의 시선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한다. 별 존재감도 없었던 군의관, 부대 일원이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해결사로서 한방을 해낸 셈이다. 이를 모두가 절박한 상황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위험하고 긴급한 상황에서도 우리 생명을 결정적인 순간에 살려낼 수 있다는 의사로 각인시켜 주는데 임팩트로 여겨졌다면 다행스러운 일로 보인다.


한방은 맥을 잘 짚어 급소를 잘 알아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헛다리만 짚다가 힘만 쓰고 만다. 상황에 따라 성공과 실패 사이를 좌우하고,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한다. 그래서 해결사로서 한방이 필요하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반드시 있어야 할 존재의 가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