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그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 얻어내야 한다.
1989년 3월 인생의 새로운 출발, 결혼해서 평생 반려자를 만나 살아 온지도 근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부부에게 서로 여보 당신이라 부른다. '여보'는 같을 如자와 보배 寶이며 남자가 여자를 부를 때 하는 말로 보배와 같이 소중하고 귀중한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당신이라는 말은 마땅할 當자와 몸 身자로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바로 내 몸과 같다는 의미가 '당신'이란 의미이며 여자가 남자를 부를 때 하는 말이다.
남자들은 대체로 신혼 초에 이런 말의 의미조차 잘 모르지만 살면서 이를 조금이나마 깨우치면서 사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남과 여에게는 대체로 80:20의 Pareto 법칙이 작용된다고 한다. 여자는 안주인이라 해서 남자를 마음속에 차지하는 비중이 80이고, 반면에 남자는 바깥 주인라라 해서 여자를 20정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랬을까. 결혼생활을 쉽게 생각한 면이 있다.
경상도 남자는 무뚝뚝해서 집에 와서 하는 말이 "애는, 밥 먹자, 잠 자자" 이 세 마디만 할 정도로 말수가 작다고 한다. 학창시절에 도회지로 처음 나와 나홀로 지취생활을 오래 지속해서 인지 집안일은 하기 싫었다. 남편으로서는 빵점인 셈이다. 세월이 흘러 요즘 사고로 볼 때 그런 시절도 한때 있었던가 반성이다.
시골 고향친구를 만나 어떤 시국사건에 대해 대담한 판단을 내린 법원 판사의 얘기가 나왔다. 그가 누군가 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바로 그 판사의 집안 형이었고, 동시에 우리 처남의 고교동기로 친한 친구이다. 과거에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세상이 좁다는 것을 새삼 느껴 더 친근감이 간다.
흙수저 출신으로 계룡에게도 어떤 비애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시골의 부모는 빈민이지만 자식은 세상에 나가 판사나, 교수 신분으로 계룡이 되었으니 고향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과히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결혼을 하게 되면 얘기가 좀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들과 부모의 관계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든 이해로 포용이 되지만, 도회지 출신의 며느리와 시부모 간은 달라 갈등으로 인한 삼각관계에서, 해야 할 바를 다하지 못할 경우 개인 가정사로 괴로울 수밖에 없다.
어느 5월 가정의 달에 목사님의 설교 시간이었다. 효도 말씀으로 자식이 부모를 간혹 찾아가서 옷도 맛있는 것도 선물도 사드리기도 하지만, 이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매일같이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아들 내외가 있다면 잘 살펴보라고 한다. 생각의 차이로 매일 일상에서 오는 갈등으로 얼마나 힘들겠냐고 강변하신다. 그래서 부모나 자식들은 이를 잘 헤아려 보면서 말이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한다.
이 설교가 바로 우리 부부에 대한 얘기로 들린다. 결혼 후 어머니를 직접 모시고 함께 살아온 입장에서 이루 말할 수가 있겠는가? 사소한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중간에서 힘이 들어 집에 늦게 들어 온 날도 있었다.
아내는 입장이 완전히 달라 더 힘들어 했던 것 같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심각할 정도이었다고 한다. 어찌 이를 꽤 뚫어 보지 못했을까? 본인의 판단으로 그 결정에 대한 책임과 자존심의 문제이었기에 친정에 가서도 친구나 동료들을 만나서도 속 시원하게 털어 놓을 수가 없다. 직장과 가정이라는 1인 2역 또는 3역을 하면서도 억울한 상황에 울분을 토하고 했지만 본인이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처지라 궁지에 몰렸다.
결혼생활은 두 사람의 결합이기도 하지만, 문화 풍습 지역 음식 습관 의식구조 등 자라난 환경이 엄연히 다른 가운데, 현실의 결합이고 양가의 결합이기도 해 부모와 자식간 관계에 가족이 있어 두 사람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 커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 있는 구조이다.
아내와 서로의 믿음은 항상 굳건하였다. 이게 우리 부부를 지켜준 버팀목이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 사람은 원래 품성이 착해 올바른 사고 체계와 가치관을 가졌고 생활력도 지닌 사람이라 판단했다. 지금껏 그 판단은 항상 옳았다. 아내를 진정 사랑하고 좋아한다. 앞으로도 할 바를 다해 평생 고락을 함께 하는 벗이요 동반자로 그리고 최후의 보루로 지켜 줄 것이다.
주변을 돌보고 약자를 도우면서 덕을 쌓으면 당대 혹은 후대에 복이 돌아 간다는 말이 있다. 어머니는 젊어서 부터 살림 형편이 좋지는 못했어도 남들에게 많이 베풀고 도우면서 평생 살아 오셨다. 이 복이 그 아들을 출세로 만들어 주신 것 같다. 또한 우리 부부도 인내하면서 부모님을 선의로 성심성의껏 모셨기에 아이들이 잘 컷고 행복한 가정으로 세울 수 있었다고 믿는다.
결혼이라는 것은 쉽지만 사실 어렵다. 똑같은 말, 똑 같은 장소, 똑 같은 상황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현실이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판단하게 되어 있다. 세상이 어찌 항상 좋을 수만 있겠나? 인내가 필요하고 삶을 현재의 잣대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넓게 길게 바라보면서 추구해 가야 행복해 질 수 있다.
바로 이런 것이 가족으로 구성해가는 가 보다. 30여년의 세월 속 우리 가족! 나를 있게 하는 존재의 이유이다. 삶의 행복!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투자해서 얻어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행복이 뭔지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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