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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과나/가족

어느 날 깨어나 보니 어른이다.

by 眞草 권영수 2018. 10. 15.

어느 날 깨어나 보니 어른이다.

 

어느 날 문득 깨어나 보니 아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의 포지션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 어찌 보면 어른이 되기 싫은데, 마냥 어린애 같았는데,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젊은 사람 앞에서는 성숙해 보이려는 것처럼 어른 티를 내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가 봐도 좀 더 너그러워지기도 하고 현명해질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쉰이 넘어가도 육십이 되어도 아마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어린아이 일지도 모른다.

 

참 아이러니 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마음은 여전히 어린 시절과 크게 변한 것이 없지만, 겉 모습은 나이든 아저씨 같으니 말이다. 세상에서 바라는 것들은 많은데 감내하기 쉽지 않다.

 

이럴수록 우리 삶에서 인문학적 정서와 접목이 필요한듯 하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끝임없이 묻고 찾아보려고 해야 한다. 인생의 길잡이로 책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사람다운 '으로 살려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하고 三十而立하고 四十而不惑하고

五十而知天命하고 六十而耳順하고 七十從心所欲不踰矩

 

공자께서 논어 위정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게 되었고, 서른 살에 우뚝 섰으며, 마흔 살에 망설임이 없게 되었고, 쉰 살에 천명을 알게 되었으며, 예순 살에 남의 말을 그냥 그대로 듣게 되었고, 일흔 살에 마음대로 해도 할 바를 넘어서지 않았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그렇다면 흔들려서 어른이 된다. 스스로 망설어지거나 흔들리는 것은 당연히 어른으로 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주변을 살피고 자기 자신과 가족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 어른이다. 어른다워야지 스스로 다짐해 본다.


이제 이 세상에서 양가 모두 어른들이 저 세상 사람이 되어 버렸다. 몇일 전에 장모님께서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결혼이라는 하늘의 연을 맺은 이래 항상 따스한 어머니의 손길로 나를 맞이 해 주셨던 분이었기에 마음이 몹시도 아프다.


오래 전에 어머님이 돌아 가셨을 때 느꼈던 그 마음이 새삼 떠 오른다. 그 당시 집에 들어오면 어머니께 쓴 마지막 편지를 손에 들고 어머님 방으로 들어가 몇달이 지나도록 마음 잡지 못하고 서성이던 때가 생각난다. 그 편지로 마음을 대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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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전상서(2003)


자식으로서 어머니께 마지막으로 편지 보내는 심정 너무 가슴 메입니다.

 

어머니는 저희들에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남기시고 말없이 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우리 곁을 떠나시고 난 후 그 자리는 매우 크게 느껴졌습니다. 너무 마음 허전했습니다. 이렇게 마음 크게 느껴 본적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그 큰 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어느 누구도 해결해 주지 못할 어려운 과제를 저희들에게 남기셨고, 앞으로 당신의 그 자리에 그리움으로 대신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목이 메여 크나 큰 슬픔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를 낳아 길러 주신 지극 정성과 일방적 사랑, 마음의 고향, 평안의 고향, 언제나 어려울 때 찾는 영원한 보금자리 그 자체였습니다.

 

어머니 !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신 그 날 멀리 서울, 경기, 안동, 대구 여러 지역에서 뜻을 모아 어머니의 마지막 가시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찾아오신 많은 분들과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당신의 마지막 모습에 애통한 심정으로 슬픔을 함께 하였고, 남은 우리 가족들에 대해 따뜻한 마음으로 격려해 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찾아주신 이분들의 살아있는 메시지 분명 들었을 것입니다.


찾아오신 손님에게 예를 깍듯이 갖추어 마음으로 넉넉히도 베푸셨던 어머니의 생전 모습대로라면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시고 가셨습니다. 제가 고향 친구들의 고마움에 마음 깊이 새기겠습니다. 고향친구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어머님과 함께 하였던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저희들의 중심 한 가운데 서 계셨고 영원히 잊지 못할 행복했던 날들로 기억될 것입니다. 지금은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시고 더 편안한 세상에서 살고 계시리라 믿어집니다. 그 세상에서 편히 잠드소서 !

 

어머니 ! 살아 생전에 자식으로서 저희들이 정성을 다하지 못한 허물을 널리 용서하여 주시고, 자식에게 바라는 바와 뜻을 받들어 저희는 바르게 더욱더 열심히 살아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주변 사람들의 은혜에 감사하고 사랑의 실천을 더욱 다짐하겠습니다.

    

200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