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아들에게
군의관으로 입대하던 날, 먼 발자취서 바라보던 모습이 아련하기만 하다. 그동안 풍요롭게는 해주지 못했지만 우리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 왔고 잘 키웠다고는 생각하는데, 어떤지 잘 모르겠다. 지금의 모습은 부모의 도움으로 하고 싶은 일을 나름대로 다 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었지 하는 생각도 든다.
좋은 아버지 어머니로 존경받는 부모로 되어 주고 싶었는데 그래도 부족했던 점이 늘 아쉽기만 하다. 아직 완전 자립하지는 못했지만 아들이 늘 우리 힘이 되어 주었을 뿐더러 자랑이자 희망이었다.
특히 지난 과거 험하고 모진 수험생 길을 잘 헤쳐 나가 모두가 부러워 하는 명문대에 당당히 모두 합격했을 때 가슴 터질 듯이 과분한 기쁨을 안겨 주었다. 그후 험난하고 어려운 의대공부를 무사히 마치고 졸업했을 때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입대하기 전날 교회를 같이 다녀왔다. 그곳에서 간절한 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꼭 필요로 할 때와 장소에 너를 맡겨둘 것이라 본다. 정말 귀하게 여기시어 하늘의 뜻대로 사용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은 대한의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입대했다고 아직 미생이기에 할 일이 많다고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동안 학교나 병원 생활, 사회에서 네가 한 것들이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스스로 더 큰 자산을 쌓기 위해 3년을 보낼 것이다.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면 미래를 위한 준비시간으로 만들어야지. 바쁘게 살아 온 지난 날에 미처 놓쳤거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재정립하는 기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입대하기 전에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의 800 km가 넘는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대담하게 걸었고, 유럽과 미국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해 보았다. 이어 3년간의 군복무도 또 다른 순례자의 길을 걷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진정한 사나이로 거듭 태어 날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과 헤어짐이 아쉬움으로 남기 보다 더 성숙되기 위한 시간이라는 말로 군복무 무사히 잘 하고 오길 바란다.
苦盡甘來, 處染常淨의 담긴 뜻이 떠 오른다. 고생한 끝에는 보람과 즐거움이 있게 된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 정신으로, 더러운 진흙탕 속에서 인내하면서도 아름다운 연꽃을 피워낸다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의 정신으로 잘 하리라 확신하고 응원을 보낸다.
축복의 하나님!
우리 사랑하는 아들이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자 해군 군의관으로 입대를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주님이 살피시고 붙들어 주사 은혜 가운데 의의 병기로 쓰임 받기를 원합니다. 나라를 위한 소중한 일꾼으로 소망하면서 또 다른 순례자의 길을 걸어가게 하시고, 시험 당하지 말고 용기와 새 힘을 더해 주시어, 그 안에서 승리하는 복무기간이 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어디서나 영육 간에 강건하게 지켜 주실 것이라 믿사오며 기도 드립니다. 아멘
'주변과나 >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부와 함께 꽃길로 가소서! (0) | 2018.04.04 |
---|---|
가족과 함께이어서 더 좋다(운동) (0) | 2018.03.26 |
미국에 아이와 한통의 대화 (0) | 2018.02.01 |
님의 아쉬운 그림자 (0) | 2018.01.29 |
흙수저가 가야하는 길이라면 그 세월 (0) | 2017.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