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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과학

공학에서 의전으로

by 眞草 권영수 2013. 2. 26.

 서울대 공대 졸업하신 분께서 쓰신 글입니다.

 제소개를 드리자면 저는 서울공대졸업 제대후 카이스트석사 수료, 그리고 이번에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게 된 남자입니다. 원래 수능으로 한의대를 지원했기에 여기 가입했었는데 meet완전 망했었는데 지방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저를 뽑아줬네요;;

원래 의전가도 전문의 할 생각이 없어서 한의대로 가려구 했는데, 한의대 6년에 학사고 의전 4년에 석사라서 의전으로 진학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가입한 마당에,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얘기를 끄적이려구요. 그냥 공대출신의 세상 패잔병의 변명이라고 생각하시면 생각하시구요. 여러분 진로 정하는데 도움됬음 좋겠어요. 어차피 전 붙었으니까 경쟁관계도 아니니깐 ㅎ

종종 공대 vs 의치한 또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전망에 관한 이야기가 올라 오길래 제 과거 같아서 글을 올립니다.

결론은 무조건 의치한 가세요. 어차피 님들이  생각하는 공대가서 성공할 인생들 아니면 공대나 경영분야로 진출해서 큰성공을 꿈꾸며 살아갈 사람들은 그런 진로 고민안합니다.

만약 당신이 그냥 평균정도의 마인드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전문직가세요. 지방 한의대 의대라도요.

저도 공대 치고는 괜찮은 스펙입니다. 서울 공 졸업에 카이스트 석사. 그리고 제 앞에 떨어진건 삼성전자 연구직이였습니다. 그나마 삼성전자에서 본사 영업직보다 연봉이 높은 편에 속하죠. 뿐만 아니라 제주위 취직한 애들에서 제가 거의 탑이였을 겁니다.

제가 세전 5천8백만원이였습니다. 저보다 많이 받을 친구 제 주위에서 없었습니다. 세금 제하면 4천 만원 중후반 정도 하겠죠.

서울 경영가서 현대자동차 본사로 들어간 놈이 4000만원 좀 더 받습니다. 물론 세전으로요.

저 입학할때 지방한의대 간친구를 얼마전에 만났는데 전문의 따지도 않았는데 세금떼고 초봉6000만원 받고있더라구요. 제대하고 노인병원 들어갔다구요.  의대 들어간친구 친구는 레지던트 완전 박봉에 힘들다고 하더니 얼마받냐니깐 4000만원 정도 받는다구 하덥디다.

대기업 복리후생이 좋다구요? 아이들 학비제공된다구요? 그걸 왜 주는지 생각해보십시오. 대기업은 자선사업하는곳이 아닙니다. 대우건설 또는 인터네셔날 그리고 요새 금호같은 곳에서 구조조정 장난아닙니다.

45에 뎅강 짤리는게 지금 학생들 나이엔 별일 아닌거 같아 보이죠? 님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30나이에 생각해보세요. 뒷골이 서늘해집니다.

전문직이 왜 좋으냐.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닙니다. 평생 믿을 구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럼에도 불구하고 공대로 인문대로 경영대로 진학할 꿈이 큰 친구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제가 우려하는건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진학하시라는 겁니다.

주위에서 요즘 의사 별로래 한의사 별로래 변호사 별로래 하는 말. 제가 시간 지나고 나서 보면 죄다 거짓말입니다. 본인들이 되지 못한 직종을 비하시키면서 일종의 자기보상심리를 느끼고 있는 거지요. 제가 본 바에 의하면 확실합니다.

여러분이 여기에다가 또는 여러 질문란에 의대가 좋아요 서울공대가 좋아요 한의대가 좋아요 연대공대가 좋아요 카이스트가 좋아요 약대가 좋아요 등등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 중에 정말로 연고대 갈 수 있었던 또는 졸업했던 사람이 얼마나 있을거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손에 꼽을 정도 입니다. 설령 있었다고 해도 저랑 같은 말 했을 겁니다. 왜냐. 우리들은 우리들의 실정을 확실하게 알기 때문입니다.

인문대? 진짜. 진짜 정말 정말 할거 없습니다. 어차피 대기업취직하려고 하는 것일 뿐입니다. 공대? 물론 아이비리그 급으로 유학 갔다 오면 좋은데 취직해서 1억받는 사람도 봤습니다. 창업해서 연매출 100억원에 이르는 선배도 봤습니다.

그런 사람들 서울공대에서도, 카이스트에서도 손에 꼽습니다. 혹시 학생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잘 생각해보십시오. 내가 그 분야가 죽을듯이 좋다. 내 적성에 맞는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으실테죠.

제가 말씀드리는 분들은 저와 같이 잘 모르겠는 사람들입니다. 주위에서 얘야 요새 공대 괜찮다더라. 한번 가봐. 라든가. 야 평생 사람 이빨만 보고 살면 답답하지 않겠어? 또는 요새 누가 침맞으러 가? 등의 이야기.

속으론 거의 비슷한 생각일겁니다. -그 분야가 그래도 나은거 같은데 너 잘 되는건 내 인생 잘 되는게 아니잖아? 

밖에 사회나오면 뼈저리게 알겁니다. 그래서 장수생들이 다시 의대 한의대로 리턴하고 있는 겁니다. 그들이 바보입니까. 다 해봤기 때문에 아는겁니다.  설대공대 졸업한 제 친구도 이번에 한의대로 입학하게 될것 같습니다.

확실한건. 전문직이 힘들면 밑에 사람들은 더 힘들기 마련입니다. 전문직이 힘들다느건 그만큼 경기가 불황이라는 것이고 경기가 불황이라는 것은 그 밑에 일반 평 연구원, 평 사무원, 평 회사원들에게는 늘 구조조정의 두려움 속에 살아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요새 또 로스쿨출신 변호사들 가지고 까더라구요. 그들 취업이 되겠느냐.  그들은 되겠죠. 로펌이 안되면 일반 대기업이나 좋은 공기업으로 들어가면 되니까요. 공기업이나 대기업입장에서는 비슷한 연봉이면 그들 쓰는게 낫겠죠.

문제는 로스쿨도 가지 못한 일반 대학교 평 졸업생들입니다. 일반 인문대생 경영대생입니다. 그들이 일할자리를 로스쿨출신자 들에게 뺏기겠죠.

제가 여러분의 미래가 반드시 저나 제 주위 사람들처럼 될것 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러분은 저보다 훨씬 잘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잘 생각하시라는 겁니다. 제가 그때 그냥 지방 의대나 한의대로 졸업했다면.... 솔직히 이런 생각 수없이 하니까요.

 

최근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는 학생의 비율이 대학 중 카이스트가 가장 높다는 국감 내용이 기사화된 이후, 학교 사람들은 물론이고 전 국민들이 들끓었다. 실제 의전에 진학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강의실에 가는 순간 꼭 카이스트에 온 기분이라고 한다. 유독 카이스트 학생들을 많이 받는 학교가 있어 그런 집중 현상은 더 하다고.

 

의치학전문대학원 열풍!

이공계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졸업 후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 진학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 배영찬 교수팀은 서울대 등 서울시내 6개 대학 이공계 학생 1천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 진학의사 성향지수가 평균 2.09점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진학의사 성향지수는 진학의사가 낮은 것에서 높은 순서로 1점에서 4점을 매긴 것으로 2.09점은 진학의사가 평균 52% 수준임을 의미한다. 대학별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의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 진학의사 지수가 2.26점으로 가장 높고 한양대(2.14점), 연세대(2.12점), 고려대(2.10점), 이화여대(1.97점), 서울대(1.94점) 순이었다.

 

또 진학의사가 있는 학생 가운데 치의학대학원을 가겠다는 의견이 54%로 의학대학원을 희망하는 의견(46%)보다 많았고, 석사과정(64.6%)과 박사과정(60.8%)에 있는 학생들이 학부생(49.6%)보다 치의학대학원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이유는 `졸업 후 진로가 유망하다'는 답변이 72%로 가장 많았고 `적성에 맞아서'(8%), `전공에 불만족해서'(6%)라는 대답도 있었다.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 도입으로 발생할 부작용을 묻는 질문에 37.3%가 `전공 이탈'을 지적했고 `전문대학원 입시과열'(29.6%)과 `학부 교육의 황폐화'(17.6%) 등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전문대학원의 장점으로는 조사대상의 과반수(59.4%)가 `인문학적 소양 배양'이라고 대답했고 `의사 양성 교육 기회의 확대'(24%), `전문적 의학 교육 체계 수립'(14.3%)라는 의견도 많았다.

 

 

국민들의 분노는 정당, 개인의 선택도 정당
과학고와 카이스트를 오는 동안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은 일인당 거의 천만원 단위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특성과 강한 학습강도, 그리고 일반고보다 약간 비싼 정도의 과학고 학비를 감안할 때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의 일환으로 이공계 인력에 대한 막대한 재정지원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낸 세금이 투자금으로 쓰일 때 그만큼의 수익이 나오기를 바란다. 따라서
국민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민주주의는 각각의 개인/집단이 이익을 추구하면서 생겨나는 갈등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기를 바라고, 우리는 각자의 꿈과 가치관에 따라 최선의 진로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이 상충한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헌법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아무리 정부가 많은 투자를 했더라도 개인의 선택을 막을 권리는 없다. 말 그대로 '투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리스크를 무릅쓰고 해야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민들도 그들을 욕할 수는 있어도 과격한 방법의 제한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그것은 전체주의적인 위험한 발상이다. 더구나 정부가 (쥐꼬리 만큼) 투자한 것에 비해 우리 이공계 인력들이 훨씬 나은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보아 전혀 손해보는 투자는 아니었다.


통섭의 시대, 이공학도의 길
동시에 이공계 출신이 연구직만 해야한다는 생각도 위험한 생각이다. '통섭의 시대'가 왔다고 하는 현재, 이공계 출신들의 타 분야 진출을 오히려 독려해야 할 판이다. 갈수록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공계 출신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인력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술로 인한 다양한 위험요인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조정할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며, 지식경제의 시대를 맞아 지적재산권 문제들도 다루기 까다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기술이 첨단화될수록 기술을 이해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요소요소에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의사로서도 다르지 않다. 임상의를 꿈꾸는 사람도 많겠지만, 생물학도로서 더 많은 연구를 해보고 싶은 욕심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순전히 개인의 취향과 꿈에 관한 이야기다. 이공계 인력이 다른 길로 빠지는 일이 손해가 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진짜 문제는 제도
사실 문제의 본질은 제도상의 허점에 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 단지 학부 때 장학금 주는 것만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 정부의 생각이 잘못이라는 얘기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비전의 유무다. 더구나 IMF를 거치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강조되면서 반대로 우리에게는 고용상황이 불안정하게 되었다.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결국 월급쟁이에 불과할 이공계보다는 전문직으로 명예도 있고 소득도 높은 의사의 길을 선택하는 일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특히 우리는 IMF 당시 연구원들이 가장 먼저 잘려나가던 광경을 목도하지 않았는가.

기술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공부하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요즘 이공계는 박사학위를 따야 '써먹을 만한' 인력 취급을 받는다. 투자한 시간 대비 소득을 고려해 볼 때 의전, 로스쿨, MBA를 비롯하여 다양한 자격증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요즘에는 교수 자리도 없어 교수되기 힘든 처지이고, 그나마 안정적인 직장은 국책연구소에서나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업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에 정부가 기름을 부었다. 다양한 이유로 의대를 가지 않고 이공계로 왔던 인력들이, 의학전문대학원의 설립으로 인해 다시 유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이 시행되면 역시 이공계 인력들이 대거 유출될 것이다. 실제로 LEET 응시자의 비율을 보면, 1위가 법학전공자, 2위가 공학전공자로 드러나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과학전공자는 4위)

이공계에 대한 지원은 어떠한가.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원 외에 실질적인 연구비 지원은 아직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며, 제도적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를 너무나 하고 싶은 사람이라도 포기하게 만드는 환경이다. 모든 것을 단기 수익의 기준에 따라 재는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공계 인력들에게 연구직으로 가라는 것은 잘못된 얘기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 아닌가.

경제적 대우만 좋지 않은게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각계에 이공계 출신의 진출이 부족해 그만한 사회적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치가 가장 심각한데, 변호사라면 등록비만 내면 변리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법안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대부분의 법안 입안자들이 법대 출신이다보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변리사는 그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특허등록 등의 간단한 업무만 맡을 수 있을뿐 특허 침해 소송 등은 맡을 수가 없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변호사 자격증이 있더라도 자연과학 및 공학 관련 시험을 쳐야 변리사 자격증을 딸 수 있게 제도적으로 마련해두었다.

 

미래를 향해

어느 선진국이나 경제가 일정 부분 이상 발전하면 이공계 기피 현상이 벌어진다. 제조업이 후퇴하고 서비스 산업의 시장이 커지면서 생기는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서비스 산업이 기교라면, 기술은 기초다. 세월이 흘러도 꾸준한 수익을 줄 수 있는 확실한 보장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그런데 한 가지 유념해야할 것은, 이공계 출신들의 각계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사회가 또 다르게 변모한다는 점이다. 이공계 출신들의 지식은 물론이고 사고방식과 논리가 새로운 자극이 되면서 또 한단계 성장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금은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 월가의 금융시장이다. 물리학과, 수학과 출신의 인재들이 월가로 진출하면서 금융부문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이 체계화되었고 이로써 금융산업이 한단계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도 이공계 출신의 활발한 영역확장을 통해 새로운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모두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진리의 햇불은 꺼져선 안된다. 그것은 미래를 향한 빛이다.


"카이스트 나와봤자... 차라리 의사 될까"
1999년 첫 방영되었던 <카이스트(SBS)>란 드라마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카이스트>에 나왔던 지성·김민정·김명민 이 세 명의 탤런트가 MBC 메디컬 드라마 <뉴하트>와 <하얀거탑>에서 주연을 맡았다. 누리꾼들은 이 사실을 카이스트 학생들이 의대에 가는 현실에 빗대어 풍자했고, 이는 한동안 인터넷 유머로 유행했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그냥 웃어넘길 일만은 아닌 듯하다. 실제로 카이스트에서 의학·치의학 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졸업생의 비율이 전국 대학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교과위)은 9일 국감자료를 통해, 지난 4년 동안 카이스트 졸업생 2150명 중 의학·치의학 전문대학원에 진학한 학생은 총 166명(7.73%)이라고 밝혔다. '100명 중 8명' 꼴이다. 그 수도 의학·치의학 전문대학원이 생긴 해인 2005년부터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관심 없던 나부터 '의사 해볼까?'
카이스트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 봤을 때, 실제 학교의 분위기도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체 학부생들의 상황을 전부 다 알지 않고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라는 일부분만 보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화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는 전혀 의대 진학에 관심이 없었던 나부터 한 때 의학·치의학 전문대학원(이하 의전) 진학을 생각해본 적이 있으니, 이 문제가 그리 남의 얘기인 것만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카이스트 학생들이 왜 의전에 진학하려는 걸까.

물론 의학에 뜻이 생겨서 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생물학을 공부하는 학생인 경우 충분히 관심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굳이 의전이 생기지 않았어도 의대를 진학하거나, 유학을 가거나 해서 어떻게든 의학을 공부했을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렇게 뜻이 있어서 진학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카이스트 졸업생들이 의전에 진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지금 여기서 이공학을 공부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것보다 의사가 되면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인 능력이 높아질 확률이 더 크다는 사실 때문이다.

물론 졸업 후 학문 연구에 정진하는 사람들도 많다.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뛰어난 연구업적을 남긴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이같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공 계열에서 업적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 비단 연구만도 아니다. 흔한 말처럼 사회로 진출해서 인간의 삶을 유익하게 하는 데에 기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명성과 부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진출하는 문도 좁을뿐더러 내 능력만큼 대가를 기대하기 힘들다. 대기업에 취직하면 연봉은 높지 않느냐고 하지만 하는 일에 비해 결코 큰 대가는 아니다. 창업은 더더욱 어렵다.

6년 이상의 시간과 피나는 노력을 투자해 석사·박사과정을 지내고 나니 눈앞에 기다리고 있는 건 내 능력을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 세상, 심지어 박사과정을 마치고 의대로 다시 입학했다는 사람도 있으니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밤새 실험하고 연구하고 석·박사 마쳐봤자, 누가 나를 알아주나
이런 현실 앞에 의전이라는 돌파구가 생겼다. 고등학교 때 의대와 공대 진학을 두고 고민했던 것과 차원이 다르다. 이제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의전과 카이스트 대학원 중 어떤 것을 선택할까? 결과는 당연한 것이다. 좀 더 미련이 남는 사람들이라면 유학을 준비한다. 이걸 두고 또 세상 사람들은 인재 해외유출이라고 얘기한다.

해외 유출이든 의전 외도든 이런 사회적 현상에 대해 학생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마땅치 않다. 학생들은 충분히 자신의 본분을 다 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가 의도한 대로 우리나라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 시스템에 대해 말이 많지만, 어찌 됐든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는 카이스트가 충분히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이공 계열에 소질을 보인 학생들은 카이스트에 진학하고 국민들의 세금이라는 엄청난 후원 아래 고급 교육을 받는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여기 학생들은 일반 사람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고 또 공부한다. 다른 대학생들보다 적게 놀고 책 한 장이라도 더 보고 밤새 실험하고 어떻게 하면 지식을 더 내 것으로 만들까 고민하고 또 한다. 국가는 아낌없는 투자로 나라를 위해, 사회발전을 위해 이렇게 애써 인재들을 기르지만, 정작 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그 능력을 발휘하면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이런 아이러니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이러한 현실에 맞닥뜨린 학생들은 여태 자신이 해왔던 것에 회의감을 느끼고 해외로 나가거나 그게 여의치 못하면 우리나라에서 돈 잘 벌고 높은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직업 중 하나인 의사가 되기 위해 그 열정으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최근 카이스트에선 안부 인사로 "너도 미트(MEET·의학 교육입문검사) 보니?"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의전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는 비단 우리학교 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이공계 대학의 현실도 비슷하다.

훌륭한 인재들을 다른 나라에게 뺏기거나 혹은 엉뚱한 곳에 보내는 그 현상만 보고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그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방법은 그렇게 복잡하지도 거창하지도 않다. 그저 그들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를 주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주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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