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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과나/가족

분수에 넘치는 과분한 선물을 누군가 주셨다

by 眞草 권영수 2013. 2. 5.

분수에 넘치는 과분한 선물을 누군가 내려 주셨다

 

백호의 해,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조그만 즐거움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감사의 표현을  하고자 한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지 자기 자랑, 마누라 자랑, 자식 자랑, 조상과 부모 자랑, 형제 자랑, 선배 자랑, 고향자랑 하는 사람을 '팔불출'이라 했다. 경상도 말로 오줄없는 사람이라고, 연륜이 더하다보니 스스로 흐트러진 듯 조심스레 관용을 바랄뿐이다.


작년 12월 한건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언어 수리 외국어 3과목 모두 만점, 과탐 물1:93 화1:99 물2:100(만점)’ 이라는 문구가 핸드폰으로 들어왔다. 다름 아닌 우리 아이가 내게 보낸 수능 성적이었다. 올해 수능 응시생 문과 이과 합해 65만명 중 언수외 3과목 만점자는 단지 68명에 불과, 그중에 자연계 9명이라고 한다. 그후 지난주 S대 합격자 발표를 하였다.


분수에 넘치는 과분한 선물이다. 정시모집에서 Y 의대 우선선발로 합격했으니 말이다. 여태껏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세번 정도 있었던 같다. 시골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천신만고 끝에 나 자신의 Y대(대학원) 합격, 집사람의 교육전문직 합격, 그리고 아이의 Y 의대 합격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맨 나중 것이 최고라 하기에 충분하고, 생애 이 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으리오 분수에 넘치는 과분한 선물을 누군가 내려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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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 왜 딜레마이었을까? 수능 언어영역에서 3등급을 받아 든 날, 이 성적으로는 소위 SKY에 넣을 수 없도록 처절히도 내몰아 버렸다. 우리 가족 모두는 짙은 안개 속으로 딜레마에 빠져들었다.


함께 고민 끝에 재수를 결정했지만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해 3월, 재수학원 종합반에 고개 떨구고 들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재수 그 자체에 대한 분노, 서러움, 스스로 곤경에 처한 나머지  견디다 못해 학원을 뛰쳐나오고 말았다. S대를 홀로 찾아가 그곳 캠퍼스 학생들 바라보면서 ‘나는 저 아이들 처럼 왜 행복하지 못할까? 한숨 내쉬었다.’ 라는 말을 저 엄마한테 했다고 한다.


이런 방황을 지켜보고 있는 부모 심정이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대화로 정성으로 달래보기도, 기도로 마음 모아보기도 했지만, 부모의 도움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숨소리조차 죽인 채, 병원에도 심리치료를 위해 이곳저곳 데리고 다녔다.


비가 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지듯, 행복한 고민 가운데 희망은 다가오고 있었다. 시련의 과정은 인내와 시간이 필요로 했다. 마음 고생과 함께 다시 학원으로 돌아가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좋은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었으니 다행스럽기도 하다.


자식을 키우면서 여러 경험은 부모로서 교육자로서, 인내와 겸손, 균형감각을 배우고 얻는 게 분명히 있었다. 지나고 보면 1년 별게 아니지만, 아이도 그만한 대가를 치르다 보니 인생 공부와 함께 상대적 가치를 경험했으리라 본다.


사람은 가는 길이 따로 있나보다. 작년 언어영역에서 발목 잡히지 않았다면 S대 공대에서 공학도로서 길을 가고 있었겠지만, 어찌보면 남들이 부럽다고 하는 KAIST(국비), S대 공대(이공계인재육성 장학금 대상자)에 최종 합격하고도 이를 포기하고, Y대를 선택해 의사의 길을 가게 되었으니 사람은 가는 길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은 희생을 감수하시고 우리를 서울로 가도록 뒷바라지 해주셨고, 내 스스로 채우기에 급급해 이기주의 삶을 살아온 것 같아 늘 부담으로 작용했다.


해서, 적어도 우리 아이는 그 머리를 본인만 위해 사용하기 보다는 국가와 사회를 위한 봉사와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고 살아갔으면 하는 게 원이요 그렇게 가도록 부모로서 돕는 게 내 임무인 것 같다.


도전과 성취, 내가 감히 할 수 없는 일에 자식을 통해 행복과 고마움, 주변사람들과 지인들에 대한 감사, 만감이 교차하면서 스스로 세상에 짐을 지고 사는 기분에 젖어 든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 가서 예배순서지에 있는 대로 고백의 기도를 하였다.

 

“성탄절 아침에 저희들이 죄를 뉘우치고 회개합니다. 예수님은 하늘의 보좌를 버리시고 낮고 천한 땅으로 내려오셨지만, 저희들은 언제나 대접받는 높은 자리만을 바라보았습니다. 예수님은 연약한 자들을 돌보시면서 한평생을 사셨지만 저희들은 주님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오직 나 혼자만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살았습니다. 오 주여, 저희들의 무지함과 어리석음을 용서해 주옵소서. 이제부터는 예수님을 본받는 삶을 살게 해 주옵소서”


2010년 경인년 새해  권영수


 

3관왕 합격증: 서울대학교, 카이스트, 연대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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