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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필/일상

넌 뭐하고 살았느냐

by 眞草 권영수 2021. 5. 31.

'넌 뭐하고 살았느냐' 말에 사람 사는게 어디 별개 있느냐? 흔히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쉬우면서도 어렵다고 한다. 해가 바뀌어 한 나이 더 들면서 예전에 몰랐던 것도 하나 둘 알게 되고 깨닫는 것도 많아지니 혼란스럽기도 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연륜도 쌓인다고 하나 누군가의 비극은 어느 분의 희극이 되고 또한 희극은 또다른 비극을 위한 과정일 수도 있고 반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세월은 지루한 만큼 반복되고 또 순환한다. 그 세월의 물줄기에는 심한 굴곡도 함정도 있어 자칫 삐끗할 때도 있으니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다. 

 

사람 사는 게 참 이상하다. 누구나 일정거리를 두고 보면 그럴듯하게 보인다. 그런데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꽤 낯설은 점도 쉽게 나타난다. 그야말로 세상사에도 원근감이 작용하는 모양이다. 한 발자국 가까워질수록 일종의 파편조각들 사이에 균열이 눈에 살짝 비친다. 우리는 나름대로의 고통을 다 지니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픔이 두려운 것은 감내할 만한 여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데 그 기억이 발목을 잡고 균열이 생긴는다는게 문제이다.

 

사람들사이 롱런 관계를 유지하려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 했다. "너무 멀지도 않게 너무 가깝지도 않게"하라는 뜻이다. 참새떼나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면 나무 줄에 앉을 때 어느 정도의 일정 거리를 두고 앉아 있는데, 나중에 날 때 날개가 서로 부딪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고슴도치에게는 날카로운 털이 있기 때문에 너무 붙어 있으면 서로를 찌르고, 떨어져 있으면 춥고 쓸쓸하기 때문에 적정한 거리를 두고 함께 모여 자는 것처럼, 우리도 친해질수록 서로 매너를 지키고 질서를 유지하면서 살라고 여기서 넌지시 알려준다.

 

대체로 어릴적 부모의 도움으로 열심히 공부해 대학까지 들어가 좋은 학력에다 실력도 쌓고, 그후 좋은 직장을 얻어 적절한 성과를 내기도 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도 꾸린다. 누구나 부모가 되면 자녀 양육과 교육을 통해 대리만족도로 보람을 느끼고 싶어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현실참여와 경제활동을 통해 운신의 폭을 넖히고 이해의 깊이를 더해 나름대로 자아를 실현해 나간다.

길을 걷다보면 돌뿌리에 걸리면 걸림돌이 되겠지만, 냇가를 건널 때 물가에 놓인 돌은 디딤돌이 되듯이,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나 가정사도 그렇고 친구 동료 지인들과의 호의적인 이런 관계를 서로 설정하려 한다.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내민 이상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성과나 업적을 쌓고, 다양한 대인관계로 행동반경을 넖혀 가치관을 건강하게 하고, 여가문화나 취미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재고하고 향상시키기도 한다.

사회단체나 기관에서 공로 우수 모범 근속 등의 이유로 어쩌다 수상자로 표창할 때가 있다. 파노라마처럼 투영된 대로 그간의 경력이나 활동사항, 공인으로서 업적이나 성과를 정리하고 추천서나 공적서 형태로 요약해 볼 기회이기도 하다. 그때마다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 보면 딱히 내세울만 한 것도 부족하거니와 자랑거리도 거의 없어, 어딘가 왠지 마음 한구석 아쉬움으로 남는 경우가 있다. '넌 뭐하고 살았느냐'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고 반성이다.
 
한편으로 젊은 날에는 실타래처럼 꼬인 대로 꼬여 무엇이 부족하잘못된 부분이 어딘지 잘 몰랐는데 원근감의 원리로 조망해 볼 때 이제서야 눈에 띈다. 근사한 직장에 다니면서 남들과 함께 어울려 다니니 겉으로는 아주 그럴듯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그 인생도 고달픈 시절과 동시에 공존하기 마련이다. 이제는 흘러간 지난 날의 흔적으로 다시 고쳐 쓸 수 없는 시간들이다. 그러니 스스로 성찰의 시간으로 가져야할 시점인 듯하다.

어떤 점에서는 조그만 열정의 대가로 명함 몇장 쌓아 두었다면 행복의 흔적으로 어렴풋이 남아 있다. 또한 분수에 넘칠 정도로 과분한 수혜자의 발자취라도 있었다면 여유로운 한숨을 내쉬어 본다. 그렇다 앞으로 사람사는 세상, '넌 뭐하며 살거냐' 말에 "너 참 멋진 놈이야" 이런 소리 들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이게 욕심인가? 아니면 오로지 꼰대같은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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