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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과나/모음

말이 씨가 된다. 시골농부의 배려

by 眞草 권영수 2017. 9. 1.

말이 씨가 된다.
옛날에 한 선비가 과거시험을 치르러 한양에 갔다. 시험을 치르기 이틀전에 거듭해서 세 번이나 꿈을 꾸었다.

첫 번째 꿈은 그가 벽 위에 배추를 심는 것이었고, 두 번째 꿈은 비가 오는데 두건을 쓰고 또 우산을 쓰고 있는 것이었으며, 세 번째 꿈은 마음으로 사랑하던 여인과 등을 맞대고 누워 있는 것이었다.

세 꿈이 다 심상찮아 점쟁이를 찾아가 물었더니 점쟁이가 하는 말이
"벽 위에 배추를 심으니 헛된 일을 한다는 것이고“(虛力)
“두건을 쓰고 우산을 쓰니 또 헛수고 한다는 것이며”(虛失)

“사랑하는 여인과 등을 졌으니 그것도 헛일이라는 것이니(虛妄) 어서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는게 좋겠소"(虛事) 하며 꿈 해몽을 해 주었다.

虛事라는 말을 들은 젊은이는 풀이 죽어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짐을 챙기는데 "아니 시골 선비양반 내일이 시험 치르는 날인데 왜 짐을 싸시오?" 하며 여관주인이 자초지종을 물었다.

풀 죽은 젊은 선비가 꿈 이야기를 하자 여관 주인이 환한 미소를 띠우며 꿈 해몽을 해주었다. "벽 위에 배추를 심었으니 높은 성적으로 합격한다는 것이고“(高就)

“두건을 쓰고 우산을 썼으니 이번 만큼은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것이며”(有備) “몸만 돌리면 사랑하는 여인을 품에 안을 수 있으니 쉽게 뜻을 이룬다는 것이구려!“(成就) “그러니 이번 시험은 꼭 봐야 하겠소." (大成) 했다.

大成이라는 말을 들은 젊은 선비는 용기를 얻어 과거시험을 보았는데 높은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苦盡甘來)

이는 같은 내용을 놓고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뜻이 있으면 반드시 길은 있는 것이며, 뜻도 없는 자 그 자리에 안주하고 무위도식(無爲徒食) 한다고 했다.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 고 했다. “안될거야 안될거야!” 하면 안되는 법이고 “잘될꺼야 잘될꺼야!” 하면 무언가 이루어진다고 했다.

항상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늘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시골농부의 배려
소설 '대지'의 작가 펄 벅이 1960년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황혼에 경주 시골길을 지나고 있는데, 한 농부가 소달구지를 끌고 가고 있었다. 달구지에는 가벼운 짚단이 조금 실려 있었지만 농부는 자기 지게에 따로 짚단을 지고 있었다.

합리적인 서양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상하게 볼 광경이었다. 힘들게 지게에 짐을 따로 지고 갈 게 아니라 달구지에 짐을 싣고 농부도 타고 가면 편했을 것이다.

통역을 통해 펄 벅이 물었다. "왜 소달구지에 짐을 싣지 않고 힘들게 갑니까?" 그러자 농부가 대답했다. "에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저도 일을 했지만, 소도 하루 종일 힘든 일을 했으니 짐을 서로 나누어 져야지요."

펄 벅은 감탄하며 말했다.
"나는 저 장면 하나로 한국에서 보고 싶은 걸 다 보았습니다. 농부가 소의 짐을 거들어주는 모습만으로도 한국의 위대함을 충분히 느꼈습니다."

비록 말 못 하는 짐승이라도 존귀하게 여겼던 농부처럼 우리는 본디 배려를 잘하는 민족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이기적인 사고로 꽉 차 있지는 않은가? 펄 벅이 만난 시골 농부의 이야기는 배려를 잃어버린 지금 우리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