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평탄한 삶을 살아 왔나요?
자신들의 의도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버젓이 벌어지는 한 가족의 처참한 현실이 너무 참혹하기 까지 해서일까? '그을린 사랑' 레바논 전쟁영화를 관람하면서 이런 비극적인 운명 대신, 그야말로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로 진하게 와 닿는다. 우리에게도 여태껏 살아 오면서 과연 평탄한 삶을 살아 왔는지? 일상에서 크든 작든 우여곡절을 겪고 메아리로 맴돌지? 영화 한 장면이 우리 현실은 아니지만 대신해 줄 수도...
무거운 주제의 그 외화를 전문가 한 분과 함께 관람하면서 의견을 서로 나눌 기회가 주어졌다. 밝고 재미있는 멜로 드라마 성격의 영화는 누구나 쉽게 보고 즐기면 될 일이고, 각자 나름대로 소화가 가능한 희극 장르이다. 그분은 직업상 굴곡이 있는 사람들이나 정신적 충격을 안고 사는 사람들을 주로 많이 상대한다. 이들을 상담하면서 정신과 진료를 계속해 온 사람으로서 오히러 이런 주제의 비극 영화가 더 적절한 편이라고 말한다.
오늘 방영한 '그을린 사랑' 영화는 오디이푸스 신화를 투영시켜 레바논 내전을 배경으로 한다. 아들이 태어나면 아버지를 죽인 후 왕이 된다는 신탁을 듣고, 그 아들이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상황이 되지만 어느 누군가의 도움으로 고린토스로 가서 나중에 실제 현실이 되어 버린다는 얘기로 또 근친상간으로 쌍둥이를 낳는다. 이 부분과 상호 오버랩 되는 장면이 나온다. 또 지역배경으로 레바논 내전은 주변국으로 부터 구조화된 땅으로 기독교와 이슬람이 상존해 늘 갈등구조로 노출된 채 그런 상황에 직면하고 만다.
어머니 나왈은 운명의 남자 맏아들에게, 또 쌍둥이 아들 딸에게 각각 전할 세 통의 편지를 써서 법률가에게 보관시켜 놓았다. 이 편지는 형을 버린게 아니라 찾고자 하는 어머니의 행적과 진실이 모두 밝혀진 뒤에 이들에게 전하라는 그녀의 유언에 따라 그렇게 지켜진다. 세월이 지난 후 나중에 그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주인공 나왈의 고뇌와 쌍둥이 자녀의 기괴한 비극적인 삶으로 전개되는 전쟁이 낳은 비극적인 스토리이다.
종교간 분쟁 가운데 휩쌓여 남편이 죽고, 아들을 찾으려 다녔지만 현장에서 부당한 현실을 충격적으로 맞이하면서 총격을 가한 죄로 오래동안 감옥에 같혀 생활을 한다. 여기서 원치 않는 임신으로 쌍둥이 자매를 출산하게 되지만 앞으로 양육할 능력도 처지도 못돼 곧 생 이별해야만 하는 처지이다. 상대 남자가 다름아닌 교도관인 바로 자신의 맏아들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아들은 근친상관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내지만 어머니는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챙피해서 이웃이나 세상에 차마 얘기도 못한 채 그후 쌍둥이 자녀에게도 알릴 수가 없다.
개인적 과거사 때문에 세상 사람들로 부터 멸시 받는 어머니의 뒷 얘기와 근친 상간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자매는 어머니의 행적을 찾느라 그런 형을 찾느라 죽음을 무릅쓰고 파헤치려 한다. 어느 순간에는 어머니의 과거사에 대한 이상한 소식만 들려줄 뿐 진실은 허공을 맴돌기도 한다. 속이 타 들어갈 정도로 폐허가된 현장을 바라보면서 수소문도 하고 당시의 잔혹했던 현장을 찾아 다닌다.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운명같은 삶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자녀들은 끈질긴 노력 끝에 불행했던 사실을 모두 알게 되자 순간 휑 해지기도 하는데, 자신들의 기괴한 운명으로 와 닿는다. 이제와서 잔인한 현실로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바로 이런게 운명이라는 것이겠지. 본인들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이렇게 가혹한 일이 벌어졌으니.... 지역적 배경과 종교간 갈등으로 빚어진 내전이 낳은 또 다른 비극의 현장이고, 이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이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 땅에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져서야 되겠는가? 강한 메시지이자 경고이기도 하다. 이 땅의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잘 보여 준다.
어머니의 글에서 "첫 번째 임신은 남편과의 진정한 사랑이었지만, 두번째 임신은 세상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원치 않은 운명이었다" 원치 않았던 임신으로 쌍둥이 자매를 어쩔 수 없이 낳았다고 하는 내용을 나중에야 스스로 밝혀 진다. 이렇게 투영되면서 사연은 서로 다를지라도 소소한 세상사에서 그분들만의 얘기일 것인가? 공동체 생활에서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겠나? 함께 했던 한 분이 영화를 관람한 후 순간 우리들에게 살며시 이렇게 되물어 본다.
"여러분은 여태껏 살아 오시면서 평탄한 삶을 살아 오셨나요?"
반사된 이 질문에 자유로울 사람이 과연 몇 분이 있겠는가? 이 질문에 모두 숙연해지기도, 주인공 처럼 자신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모두가 자유롭지 못하겠지.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일생을 뒤돌아 봤을 때 울퉁불퉁 굴곡진 삶이 어디 한 두번이더냐? 아니 여러 번 있었을테지.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수궁이 갈 법도 하다. 이 전쟁영화속 스토리는 좀 극단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 일상현실에서도 세상사는 결코 순탄하지 못할테니 울림을 준다.
*오늘의 우리 현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남의 얘기가 아닌 것 처럼 보여 딱하기 그지 없다. 왜? 이런 일이 또 벌어져야만 하는지? 나쁜 선례(先例)는 사라져야 하는 데 왜 자꾸 반복되는지? 묻고 싶다. 세계 10대 경제강국인데.... 한숨만 나오도록 하는 이 현실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래도 지혜롭게 잘 극복해야겠지! 우리는 그만큼 성숙된 시민 의식과 저력이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