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좋으면 되는거지 무슨 이유가
"산이 좋아 물이 좋아 공기가 좋아서... 무슨 이유가 있겠어? 그냥 좋으면 되는거지...." 이 말은 산에서 생활하고 있는 분들에게 그곳 생활이 어떻한가? 질문에 공통된 대답이라 한다. '나는 자연인이다' 이 프로를 즐겨보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왜 그럴까? 우리가 자연에서 태어났고, 산과 바다 강 나무 숲 이런 순수한 자연을 누구나 다 좋아 할테니. 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일테고, 그분들은 여러 이유도 있겠지만 '건강상 이유로, 치유를 위해서 또는 공동체 생활에서 세상 낙오자로, 어쩔 수 없어서' 얼핏 그렇게 사는 것 처럼 보인다.
왜 여기 들어와서 사는지? 질문에 대부분 대답이나 이유로 세상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이나 진절머리날 정도로 실타래 처럼 얽힌 세상사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사람들이나 세상에 대해 어디인가 모르게 견제심리나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마음의 절벽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런지 그 분들과 첫 접근이나 시도에서 제일 힘든 점이 "맨 처음 이를 어떻게 깰까?" 고민이고 바로 그 분들과의 소통이 제일 큰 문제라고 한다.
시골에서 태어나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첩첩 산골짜기인데다 현대문명의 혜택이나 학교교육도 접하지 못한 채 삶을 살아 온 그런 사람의 얘기부터 출발한다. 그곳 생활에 지친 나머지 친했던 한 친구랑 함께 미래나 발전에서 희망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고 무단 가출하기로 결심을 한다. 무작정 도회지로 가보니 가로놓인 벽이 너무 높아 서로 의지도 하고, 동거동락하면서 별별 궂은 일을 다한다. 무시당하는 일은 당연하고, 심지어 폭력을 당하기 까지 한다. 그런 가운데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 친구랑 노점상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어 희망도 엿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웬 일인지? 이게 원하지 않은 뜻밖의 문제로 나타날 줄은.... 어느날 한 친구가 저녁에 나타나질 않아 약간 불길한 예감도 들긴 했지만 "아닐 것이다" 애써 외면하면서 기다렸다고 한다. 몇일이 지나도록 나타나지도 않고 찾지도 못해, 돈과 중요 물건을 보관하고 공동 관리하는 서랍장을 열어 보았는데, 혹시나가 역시나로 모든게 사라진 채 텅비어 있었다. 순간 모든게 휑하기도 했을테지만 그 친구의 소행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그러고 싶었겠지.
'신고라도 해서 범인으로 잡아야지? 그 큰 돈을 찾아야지?' 보통 상식이라면 당연히 그런 마음이었겠지. 그런데도 소중했던 친구를 잃어버릴까 봐? 그간 쌓아온 우정이 깨질까 봐? 이런 걱정이 더 커 끝내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배신감 대신 "그래 그 돈으로 잘 살아라" 하는 마음이 앞서, 자신에게는 설상가상(雪上加霜) 모든 걸 다 잃었을지라도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겠다고 그렇게 정리하고 말았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왠지 가슴이 짠하게 울려 온다.
이런 얘기를 접하면서 혹시나, 그분들 보다 우리가 더 가진게 많아서 배운게 더 있어서 또 더 잘 나서 이런 어떤 편견의 삶을 살아 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여지를 제공해 주었다. 그 분들의 삶이나 현실이 겉으로 보기에 몹시 불편하고 이루 말할 수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분들 나름대로 생각하는 바가 있고, 어떤 점에서 평범한 사람들을 초월하는 올곧은 점이 있었구나! 시사점을 던져 주기라도 하는 듯해 야릇한 뭔가를 느끼게 해준다.
"신고했어요? 잡았어요?"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려고 하는 것 보다 그 사람의 어려움을 공감해 주고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속상했겠어요" 오히러 이 말이 그분들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그분들과의 어려운 소통에서 이런 식으로 애환을 들어주고 보듬어주고 함께 해주니 오히러 접근이 쉬웠다고 한다. 우리 스스로 일상에서도 기대심리로 칭찬보다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가까운 배우자나 아이들을에게 다그치지지는 않았는지? 똑같은 상황 똑같은 결과에도 반응이나 행동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여기서 암시해 준다.
가장 후회스러웠던 점이 뭘까? 그분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가까운 배우자나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표현을 잘 하지 못하고 살았다"는 의외의 대답이었다고 한다. 좋은 일이 있으면 그때마다 "좋다. 기쁘다. 즐겁다. 행복하다. 사랑한다." 라고 하고 싶은 말을 상대에게 또 자기 자신에게도 못했다는 점이 제일 후회스러웠다고 한다. 산속으로 떠나와 나홀로 삶이 지속되다 보니 가족은 물론 사람이 그립고 외로울 때마다 그런 점이 더욱 떠올랐다고 한다.
"여보 사랑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방송을 통해 해보니 허공을 대고 억지로라도 외쳐보면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그 표현에 스스로 후련해지기도 하고, 또 가까웠던 사람이 우연히 이 장면을 접하고 난 후 서로 '사랑'이라는 느낌으로 와 닿았는지? 찾아와서 끊어져 있던 열결고리랄까? 다시 왕래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도 일상에서 매번 일어나니 너무 당연하다고 여긴 것에 대해 혹시나 '표현'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그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 준다.
"무엇을 해보겠다" 말을 했을 때 주변사람들 대부분은 이래서 저래서 어렵다고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레 눈치를 볼 수밖에 그러다 결국 시도조차 못한 일이 너무 많았다고 한다. 지나고 보니 그 사람들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안되었을 뿐더러, 그냥 스쳐지나간 사람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해보지도 않고 후회' 보다 '해본 후 후회'하는 게 더 낫다. 그중에서 분명히 성공한 일도 있었을 것이고, 아니었다면 "해봤으니 알아!" 이런 말이라도 해보았을 텐데 모든게 그냥 지나가 버렸으니...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아' 흔히들 평범한 사람들이 휴식과 힐링을 위해 산과 숲이나 자연을 찾아가 쉽게 하는 말이다. 빡빡한 도회지 생활에서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푸르른 초야와 강 호수 바다를 바라보면서 머리를 식히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 당연한 표현이다. 그런데 아예 산에 들어와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와 별개로 또 다른 의미로 와 닿을 수 있다. 여러 이유가 없어야 진정으로 좋아하는 삶이고 그 자체가 행복이다. "이유가 길면 전정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다"라는 그 분들의 메세지를 되새겨 보곤 한다.
그분들 나름대로의 행복일테니.... 다시 세상으로 돌아 와봐야 이보다 못할게 뻔할테니. 그렇다 그 삶도 그분들의 선택이고 그곳에서 간신히 찾은 행복이니 말이다. 장년에 들어서 현실 일선에서 물러나 여유를 찾고자 펜션이나 농가주택을 지어 귀농 귀촌을 선택해 사는 사람들이 있다. 서로 출발점이 전혀 달라도 또 방향성이 달라도 어떤 점에서 그 분들의 삶이나 생각이 자연이라는 공통분모로 일부 통하는 점도 있을테지...
이 글은 우연히 관계자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서 또 평소 이 프로를 보면서 스스로 느낀 점이 있어서 이를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