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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 때 쯤 떠오르는 말

眞草 권영수 2020. 10. 29. 12:48

'가을의 전령' 매년 이맘때 쯤 떠오르는 말.
몇일 전 고향 친구들과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한때나마 탁트인 동해 푸른 바다 수평선을 온몸으로 껴안은 채 운동을 하면서 1박2일 향기로운 시간을 보냈다. 자연을 벗삼아 탁트인 바닷가 그린을 밞으면서 우리 일상에 대한 면면들을 이런저런 이야기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고, 자신의 의지이었든 아니든 별개로 그동안 살아왔던 붙박이 같던 사회를 벗어나, 이제 나홀로 생각하고 스스로 찾아서 생활해야 한다는 시점에 과연 나에게 친구가 몇명이나 있는가? 하고 뒤돌아보게 된다.

나를 찾아주는 친구가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고, 속내를 터놓고 가볍게 말 한마디라도 건넬 수 있는 친구로, 내가 찾아가도 마다하지 않고 반겨주는 벗이라도 있다면 그래도 여태껏 결코 헛살지 않았다고 살포시 웃음지어 본다. 어려서 배운 말과 친구는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고 이래서 어릴적 학교 교육이 좋은가 보다.

요즈음 저녁엔 제법 서늘한 바람이 창틀 넘어 실내로 스며들어 온다. 코로나라는 변수로 연일 고즈넉한 집에 머물면서 갑갑한 하루를 보내며 조용함을 달래고 있노라면 매미 대신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가을의 문턱에 왔다는 소리로 단번에 들린다.

어느 주말, 세찬 바람에 낙옆과 함께 내리는 빗줄기가 어느새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부르는 듯하다. 코로나, 국내 여러상황, 장마, 수해 등 이슈로 뜨웠던 올 여름, 온 나라가 언론과 신문이며 온통 그 이야기로 도배뿐인 여름도 이제서야 홀욘히 지나가나 보다. 

어느 계곡 골짜기에서 불어난 시냇물이나,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함께 가슴을 파고드는 선선한 바람은 무슨 추억거리를 노래하느라 이렇게도 서늘한지 건강한 색채로 지난 여름의 정열은 가을의 성숙함에 떠밀려 추억으로 차곡 쌓아 가겠지.

 

이제는 지난 여름의 추억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오솔길 따라, 무더운 날씨에 산을 오르며 땀을 흘리고 마시던 시원한 음료 한잔, 정말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오르다가 봉우리에서 맞이한 시원한 바람과 비경이 고스란히 오버래핑되면서 스쳐 지나간다.

 

가을이 오면 편지를 보내겠노라고,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달라던 시인의 마음으로 한통의 서신을 기대해 본다. 이 가을에 헐헐 날리는 낙엽따라 번잡스러움 없이 그냥 그윽히 느끼고 싶다. 친구랑 다소곳이 동해바다에서 만나 아무런 주제 없이 마음 한켠에 후련히 떠들면서 차 한 잔이나, 술 한 잔이라도 그윽히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이랑 동반자들이 함께 '가을의 전령'으로 맞이라도 해본 듯하다.

여기저기 바람결에 나뒹구는 낙옆더미를 물끄러미 바라 보거나 귀뚜라미 울음 소리도 "가을이 왔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여름은 또 찾아 올 겁니다." 라는 메시지로 이 시점에 우리에게 이렇게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