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필/기고

oo 회 졸업생’으로

眞草 권영수 2013. 1. 31. 14:13

‘베이비부머’로 당당하게 살리라(기념사업 발간사)

고향은 우리의 모습, 학교 길을 걸어 다니던 고즈넉한 고향마을의 정취와 어린 시절의 기억, 그리고 고향에 남겨진 부모님의 여생에 대한 아스라한 추억, 그러나 때로는 삶의 한 모퉁이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는 고향에 대한 생각들을 들추어내면서 진보를 떠 올려 본다.


산골마을이라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초 중 고를 다니면서 어린 시절 대부분을 보냈다. 주변은 첩첩 산과 논밭으로 둘러싸인 오지로 자신들의 삶과 생업을 여기서 구해야 했고, 일손이 부족해 아이들조차 농사일에 모두 동원되어 부모를 도와야만 했다. 하지만 순수한 자연에서 우리를 건강하게 키워 주었고, 옛 사람들이 그랬듯이 야생에서 살아남기를 가르치고 극복해야 한다는 정신세계를 모질게 단련해 준 시기였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이야기가 우리들 모습이기도 하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한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당신의 알에서 스스로 깨고 나오려는 시도를 하지 않으면 당신은 알 속에서 죽고 만다. 자신을 감싸고 있는 단단한 껍질을 벗겨내고 허물을 걷어내는 고통을 참아야 새로운 개체로 살아난다는 자생의 방법을 일깨워 준다. 부당하고 불합리한 위기에서 약자로서 탈출을 위한 방법과 선택을 가르쳐 준다. 더 나아가 인간세상을 조금 이해하고 약자에 대한 배려와 도덕적 자립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시골에서 태어난 것이 창피하다거나 삶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인심 많고 정감어린 시골정서가 문화적 감성을 길러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부모가 못 배워 가난하고 힘이 없다고 무시하거나 창피해 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면 분명히 잘못된 일일 것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성장 통증을 거치면서 위기도 몇 차례 찾아 왔으련만 험난한 세파에 빠져들지 않고 굳건히 살아 온 우리 삶이기도 하다. 그래서 꿈을 키울 수 있었고, 꿈을 현실로 바꾸었으리다.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로 당당하게 살아 온 우리, 1958년 개띠를 중심으로 713만명에 달한다고 하는 데, 진보초등 58회 졸업생 모두가 여기에 속한다. 베이비부머로 태어나, 가정 그리고 직장과 사회에서 가치를 더해 온 이 시대를 살아온 우리들이다. 10.26과 5.17을 거쳐 민주화와 산업화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우리라는 식물이 고향 땅에 씨앗으로 뿌려져 부모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고 물과 햇볕으로 모교에서 교육받아 자랐고, 때로는 거센 풍파와 비바람도 맞으면서 시련도 격어 왔다. 그래도 그 식물은 세상을 향해 꽃 피우고 열매를 하나 둘 맺어 58회 졸업생으로 당당하게 살아 왔으리다.


그래도 모교의 교육이 삶의 밑바탕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남에게 절대로 지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 반면에 일본 사람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것이 밑거름이 되어 일본 사회는 기초질서가 정말 잘 지켜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는 ‘남을 도우라’고 교육한다. 이것이 인류의 기본적 가치를 중시하는 인권국가로 발전하게 했다. 그 속엔 습관성이 배어 이것이 국민성을 기르고 나아가 미래를 담보해 왔다는 점에서, 고향과 모교에서 훈육은 극한상황에서도 우리를 지탱해 준 끈이었고 버팀목이었다 할 수 있다.

진보초등학교 출신으로 출향 인사들을 모임에서 가끔 만나 많은 것을 보고 깨우치고 느끼고 배운다.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에다 고향 사랑하는 마음이나 선후배간 사랑하는 마음, 우리 모두 배우고 본받아야 할 듯하다.


언제나 위안거리는 고향일 것이다. 언제가 부터인가 허전한 마음을 채우는 데 신앙생활과 고향사람 만나는 일이라 생각이 많이 든다. 세월은 많이 흘렸지만 모양새나 생각이나 풍기는 향기나 말씨가 서로 엇비슷하다. 몇 번만 만나도 그 분위기에 대충 묻어 갈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잊혀 져 가는, 잊고 지냈던, 아니 잃어버렸던 고향을 다시 찾은 기분이 들 정도이니 이게 행복이러니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언제나 위안거리는 ‘고향‘이라 얘기하고 싶다.

 

동기회 모임 2012. 6.16(토), 후기로 남긴 글

“비봉산 높이 솟아 동해를 ~ ~ ” 어린 시절 교정에서 매일같이 불렀던 교가, 우리는 매년 모임에서 가슴 뭉클한 벅찬 마음으로 불러보고, 살아온 세월을 다시 되돌아 본 순간이기도 하다.


‘眞寶’라는 단어에서 묻어나는 것처럼 참으로 보배 같은 사람들끼리 모였나 보다. 고향을 찾고 친구를 만난다는 게 가슴과 마음 흥분하게 하는 일이다. 인생50 중반 들어 피할 수 없는 순수한 인간의 감정이겠지. 친구 한 사람 한 사람 귀하고 귀한 소중한 사람이라,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 부산 울산 지역에서, 대구 포항 지역에서, 그리고 진보 안동 지역에서 뜻 모아 80 여명이나 모였으니 우리 진보58의 값진 가치이자 자랑거리이다.


손에 손 잡고 친구야 반갑다. 굽이치는 반변천에다 산수화 한 폭의 그림처럼 풍광이 뛰어난 진보 합강의 고산 자락은 밝은 모습으로 친구 만나기에 좋은 장소로다. 진보사람 만났으니 고향 말씨 써 보고, 반가운 친구 만났으니 편하게 우리끼리 말도 해 보고, 손에 손 잡고 마음열고 한바탕 웃어 보았다. 그 순간 '매일 매일 오늘만 같아라‘ 욕심으로 들어온다. 나나 너나 조금 허물이 있으면 어떠하랴. 이게 바로 좋은 동창이요 친구요 고향이로다. 진보58 친구의 따스한 온기를 모두 나누었으리다. 이래서 만나야 할 이유가 있고 우리 모임이 아름답고 행복하다.


친구야 모두가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지난 회장단의 수고와 정성에 감사하는 마음이나, 멋지게 펼쳐진 만남의 장으로 나오게 해 준 개개인의 마음이나 '화합의 한마당‘으로 잘 맞아 떨어졌다. 이게 우리들만이 갖고 있는 전통과 만남의 정신일 것이다.


특히, 금년 8월에 열리는 '진보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 행사에 우리 58회가 동참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많은 의견을 내고 토론을 하였다. 이 모두가 고향 진보 사랑, 모교 사랑, 그리고 진보58을 사랑하고, 마음 모아 보자는 우리들의 진정한 뜻과 열정이 그 속에 담겨 있었던 게 아니었던가? 우리 함께 동참이라는 명분과 모양새를 갖추어 보려는 자리였다. 청송 진보라는 똑 같은 뿌리에서 나와, 고향의 부모로부터 영양분을 공급 받고 모교에서 교육 받아, 사회에서 자기영역을 구축해 현재의 모습대로 살아 왔으리라. 해서, 맥을 같이 해 왔으니 고향사랑 모교 사랑 순수한 그 모습이 아름답게 보일 터이다.


친구야, 우리 미래를 기약하고 계속 만나야 하지 않겠나. 지역 순번에 따라 수도권 지역에서 차기 회장단을 선출하기로 했기에, 인물이 걸출하기로 소문난 친구가 회장 및 부회장을 맡았고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흔쾌히 수락했으니, 또한 크게 네개 권역 모임 중 인원이 제일 많다고 하니 분명 잘 담당해 낼 수 있으리라 믿고 기대해 보자. 모두 힘과 마음 보태리다. 친구야, 우리 진보 친구는 참으로 보배 같은 사람들이다. 미래를 함께 즐겁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