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手來 空手去, 바람같은 우리네 인생사
바람 같은 우리네 인생사, 바둥바둥 악을 쓰면서 모아 보았자 결국 아무 것도 못 가지고 가는 허망한 인생,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인생무상(人生無常), 일장춘몽(一場春夢) 이런 말이 떠오른다.
한바탕 봄날의 꿈처럼 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이란 뜻으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기도 하다.
친구에게
이게 어찌된 일인가? 세상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나 보다. 태어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부 열심히 하였고, 선의의 뜻으로 열심히 살았는 데, 귀하게 살아온 친구 허 교수가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다니 이게 웬 말인가?
그간 희귀한 암을 판정받고 불과 4개월 만에 생을 마감하다니 가슴이 터질 듯하다. 친구를 위해 도와줄 수 없었던 현실이 야속하기만 하다. 친구 ! 부디 용서해 주시게나.
친구의 얼굴 대신에 영정사진을 한참이나 물끔히 바라 본 마음은 만감이 교차한다. 그 어린 아들 둘이 상주로 서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두 손을 꼭 잡아 주었고, 껴안아 주는 순간 그 아들들은 물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훔쳐야 했으니 서로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뒤돌아보니 학창시절에 만나, 요즘 말로 흙수저 출신으로 세상에 나홀로 서기를 위해 공부 외에는 선택할 길이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고비마다 지치지 않고 이른 아침부터 밤 늦도록 도서관에서 서로 격려하면서 꿈을 키워 나갈 수 있었다.
원하는 대학에서 학위과정을 마치고 잠시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대학교수 자리로 옮겨 갈 수 있었다.
당신은 학자로서 여러 업적과 훌륭한 제자를 많이 배출하였고, 선의의 목적으로 한평생 살면서 주변 사람들의 귀감이 될 정도로 많은 영향을 미쳤고,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가치를 크게 남겼다.
특히, 근래 수년간 거의 매주 만날 정도로 좋아하는 운동을 함께 하였으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제 병마와의 고통도, 세상의 근심 걱정도, 삶의 무게에서 오는 짐도 모두 내려놓으시고 편안한 곳에서 영면하실 것이다.
살아생전 함께 했던 수많은 시간들이 추억거리로 남을 것이고 참으로 행복했다네. 당신의 뜻을 간직하면서 열심히 살아 갈 것이라 다짐해 본다.
님의 영원한 벗 권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