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 술이라도 낡은 부대에 담을 때 원래 베여 있던 맛과 뒤섞여 그 신선한 맛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런 상식을 알면서도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지 못하고 낡은 부대에 담기 때문에 이런 속담이 나온 것 같다.
이사를 가보면 쌓여 있던 물건이 정리된다는 것을 안다. 가정에서 살림살이를 하다보면 버리기 아까워, 나중에 언젠가 사용할 수 있다고, 또한 절약해야 한다는 검소한 마음에 물건을 선뜩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집안 곳곳에 차곡 쌓여 있다.
물건을 아무리 안 사들인다고 해도 이사 갈 때마다 정리해 보면 많은 짐을 보고 깜짝 놀란다. 옛 물건을 다 가지고 갈 수는 없다. 특히 새 집으로 간다면 그 집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부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새 것으로 채워지고, 기분 전환은 물론 새 향기도 날 것이고 주변 환경 모두가 새로워진다.
등산을 갈 때 가능한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 선별해서 지고 갈 것만 메고 가야 멀리 갈 수 있고 정상에 가서 보면 잘 했다는 것을 알 것이다.
흔히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떠나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런데 먼 길을 떠나기전 짐을 꾸릴 때 이것저것 챙겨갈 욕심이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짐을 누가 대신 날라주거나 져주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다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짐을 덜어내고 군더더기를 떼어내려 한다.
정말 필요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정리하고 덜어내다 보면 한 낫 장식이나 기호품에 지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사람이 지녀야 할 멋을 잃어버리거나 삶의 맛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사람의 멋, 삶의 맛은 소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무거운 짐을 가볍게 하고 삶의 군더더기를 뜯어내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비웠를 때 오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과욕과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살고 있는지 모른다. 삶을 선별해서 단순화시켜야 세련미가 더해진다. 더우기 이 좋은 세상을 누리면서 살아야지 사람의 멋이 나고 삶의 맛이 날 것이다.
기고 권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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